술 취한 백일홍 손택수
백일홍 아래 누가 술병을 세워 놓고 갔다
백일홍과 함께 대작이라도 했던가
해 떠라 해 떨어져라 술병을 기울였던가
술만 먹으면 몸에 난 상처자국들이
먼저 붉어져 오곤 한다
시려오곤 한다
내가 까마득 잊었다고 생각한 상처들,
흉터가 없으니 이제 다 나았다 훌훌 털어버린 기억들,
살갗 위로 고개를 내밀곤 한다
연고로 매끈해진 살갗 속에서 욱신거리는....
술만 먹으면 제 상처와 대작을 하면서
필름이 끊길 때까지 가야하는 사내들이 있다
꽃 펴라 꽃 져라 반쯤 마신 술병 앞에 놓고
백일홍 빛이 그늘까지 점점이 물들어간다
내 안에 우는 눈물 / 김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