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진/ 임영석
내 발가락 사이사이 내 삶의 무게만큼
땀으로 얼룩이 져 잡혀 있는 물집들이
하루를 살아온 삶을 꽃잎처럼 터트린다
습진에는 목초액이 좋다기에 발 담그고
코끝이 찡한 냄새 참뜻을 알고 보니
적멸의 뜨거운 길을 걸어나온 말(言)이었다
가려움을 참고 참다 터트린 물집들이
외로운 나의 삶을 볼모로 잡아 놓고
무엇을 가르치려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왜 그 글들을 한 자도 못 읽을까
나는 왜 그 글들을 고통이라 생각할까
스스로 알지 못하니 내 아픔만 커질 뿐,
내 발가락 사이사이 통증을 없애는 건
적멸속에 남겨 놓은 참나무의 참뜻인데
참뜻만 가려운 통증 읽어내는 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