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편지지)

풍경 /봄

金 敬 峯 2009. 5. 12. 15:05

 
      봄 / 송수권 언제나 내 꿈꾸는 봄을 서문리 네거리 그 비각거리 한 귀퉁이에서 철판을 두들기는 대장간의 즐거운 망치소리 속에 숨어 있다 무싯날에도 마부들이 줄을 이었다 말은 길마 벗고 마부는 굽을 쳐들고 대장간 영감은 말발굽에 편자를 붙여가며 못을 쳐댔다. 말은 네 굽 땅에 박고 하늘 높이 갈기를 흔들며 울었다 그 화덕에서 어두운 하늘에 퍼붓던 불꽃 그 시절에 빛났던 우리들의 연애와 추수와 노동 지금도 그 골짜기의 깊은 숲 캄캄한 못물 속을 들여다보면 처릉처릉 울릴 듯한 겨울산 뻐꾸기 소리...... 집집마다 고드름 발은 풀어지고 새로 짓는 낙숫물 소리 산들은 느리게 트림을 하며 깨어나서 봉황산 기슭에 먼저 봄이 왔다.

─━☆비평가와네티즌이 선정한 한국베스트명시모음☆─━

출처 : 열 린 바 다  |  글쓴이 : 조영인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