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나의 애송시 / 강현옥

金 敬 峯 2007. 10. 31. 18:55
 

        나의 애송시 강현옥 좋아하는 시인이 있었다 나는 가끔 그 시인을 찾아 늦은 밤 서재에 들리는데 오늘은 도박에 빠진 그의 기사가 뉴스에 나왔다 저녁을 먹다가 전해들은 소식에 소화불량이 된 듯 답답하여 폐의 각질까지 벗겨 진 듯 저린 한숨을 반복한다 아직도 서재에는 그의 시집이 나를 바라보며 펼쳐져 있다가 한 구절의 시가 그의 주인의 사정을 모르는지 내 눈에 들어와 꿈틀거린다 술과 도박이 그 시인의 삶이었지만 길을 두고 꽃밭과 숲 속을 오고가며 길을 내는 것이 모순이라면 그 손에는 유혹을 자를 칼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고 머리 저으며 뒤란의 창문을 내다보았다 그가 길을 내려던 숲 속에서 늙은 부엉이 한 마리 쓸쓸하게 우는 소리가 내 눈시울에 유혹의 샘을 팠다 시와비평 2004년 수록
 
출처 : 패랭이꽃/강현옥  |  글쓴이 : 패랭이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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