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2 55

쓰레기통의 삶을 꿈꾸며

쓰레기통의 삶을 꿈꾸며 -김종원 시인- 하루종일 서울역 뒷 골목에 먹다 남은 피자 조각처럼 쭈그리고 앉아 비를 맞고 있어도 구걸하고 있던 걸인은 자리를 피할망정 쓰레기통은 자리를 뜨지 않고 세상의 모든 눈물을 제 몸 속에 담는다 그는, 술에 취해 다가와 욕심을 버려 뻥 뚫린 자신의 몸통에 얼굴을 쳐박고 세상에 하소연하듯 오바이트를 하는 어떤 행인의 버리고 싶은 생을 다 받아주고 어슬렁 어슬렁 새벽 공기를 가르며 코를 박고 자신의 몸을 뒤지며 다른 생을 꿈꾸는 고양이에게도 제 몸을 다 허락해준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줄 수 있다는 것 아무도 갖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무엇이든 포근히 안아준다는 것, 나는 그것을 보며 슬프도록 부러웠던 것이다 오늘도 쓰레기통이 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된 나의 삶을 후회하며 나는, ..

시마을2 2014.12.22

감자 / 박형진

감자 박형진 감자 심다 날고 뭉기적 뭉기적 마누라 엉덩이 내리고 오줌을 눈다. 어이, 어이, 이봐 저 산 위에서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나는 호들갑 손가락질 하는데 낯 두꺼워진 마누라 한다는 소릴 봐라 아, 내 밭에다가 내가 거름도 못줘? 그래 맞다 맞아 누가 보든 말든 내 밭에다 눈다는데 언놈이 상관이람 골마리 부시럭 부시럭 나도 그 자리 뻗대고 서서 오줌을 눈다. 개나리 피어서 웃든 말든 (시집 중 시 '감자' 전문)

시마을2 201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