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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나는 대로 종류를 달리해 평생 읽자

金 敬 峯 2009. 2. 3. 15:49

[직장인 칼럼] “틈나는 대로 종류를 달리해 평생 읽자”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책이 있다. 날렵하고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문제를 다루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누구나 쓰고 싶어하고 누구나 읽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대체로 양은 많고 내용은 어렵다.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고 다른 자료를 참고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읽을 때는 곤혹스럽고 짜증나지만, 다 읽고 나면 깨닫는 것도 많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인스턴트 음식이야 서둘러 먹어도 된다. 그러나 정찬을 그리 해서는 안 된다. 느긋하게 음미하며 먹어야 한다. 좋은 책을 읽는 법도 이와 마찬가지다.


괜한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직장만큼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 드물다. 옛부터 대학을 나오면 서둘러 사회에 나가 집안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널리 퍼져 있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공부를 하거나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도 의당 많았지만, 다수는 서둘러 직장을 찾았다. 그런데 그 직장이라는 데가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 청년실업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도 전에 이미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연봉이 적은 직장은 들어가기가 수월한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름만 들으면 딱 알아들을만한 직장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늘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평론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 직장인은 대단한 존재다. 무한경쟁과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공부한 사람이 있어 박사 받고 교수도 되었지만 직장인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직장인들이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본디 똑똑한데다 직장에서 재교육도 받고 선진국도 자주 오가니 우리 사회에서 그 누구보다 경쟁력 강한 집단이 될 수밖에.

나의 독서 스타일을 점검해 보자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기회가 닿을 적마다 직장인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때로는 실망감이 들 때가 적지 않다. 진취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이고, 현명하기보다는 노회하고, 변화를 예측하기보다는 적응하려는 면모가 보인다. 처음에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싶어 조심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책을 읽지 않는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러했다. 당연히 거친 반론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업무에, 재교육에, 가정생활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살고 있는데, 어디 책 읽을 시간이 있겠느냐고 말이다. 다른 반론도 있을 법하다. 무슨 소리냐 난 책 열심히 읽고 있다. 베스트셀러는 다 보았노라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런 반론을 그리 심각하게 듣지 않는다. 깊이 있게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탓이다. 읽기 쉽고 당장 도움이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책이 꾸준히 나오고 널리 읽히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평소 읽는 책이 거기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문제다. 심각하고 어렵고 도전적인 주제는 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선택하자

날렵하고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문제를 다루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누구나 쓰고 싶어하고 누구나 읽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대체로 양은 많고 내용은 어렵다.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고 다른 자료를 참고해 보아야 한다. 그러기에 읽을 때는 곤혹스럽고 짜증나지만, 다 읽고 나면 깨닫는 것도 많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한때 책을 열심히 읽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깊이 있는 책을 읽겠다는 결심과 읽고자 일부러 시간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당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업무에 쫓기다 보니, 다른 가치 있는 일이 있으니까 하며 핑계를 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직장인이 책읽기의 본디 가치에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어떤 일보다 책 읽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성찰적이고 비판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책을 읽어 내지 못할 리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되, 천천히 음미하며 읽자

이 자리에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말하지는 않으려 한다. 한때는 젊은 날 공부한 것이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지식의 필요성을 강렬하게 느끼고 있을 터. 더욱이 한 직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면 한 차원 더 높은 그 무엇에 대한 혜안이 요구되고 있을 때이다. 먼저 시간이 없다는 소리부터 없애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자고로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는 말만큼 무책임한 소리는 없는 법이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무엇보다 먼저 자동차와의 이혼을 권한다. 차를 손수 운전해야 하는 이상, 책을 읽을 도리는 없다. 외국처럼 오디오북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 상황도 아닌만큼,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이 짬에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차를 멀리하면 부수적인 효과도 두둑하다. 경제적으로도 소비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도 상당히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직장까지 대략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대여섯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한 달에 인문사회과학 책도 두어 권 읽을 수 있다. 여기에다 주말을 잘 활용하면 1년에 50권 정도는 충분히 독파한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인데, 이렇게 십 년을 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500권 이상을 읽게 된다. 이 정도의 독서만 해도 중요한 책은 다 섭렵했다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했다면 늦은 사람을 타박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 된다. 생각보다 업무가 일찍 끝났다면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으며 소일해도 된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토막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텔레비전부터 꺼야 한다. 텔레비전을 안방으로 옮기고 거실에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특별히 자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하게 권하는 방법이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어 있다. 텔레비전만 보는 부모가 책 읽으라고 꾸중하면, 그 말을 들을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책 읽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이 방법은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을 독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평생 한다고 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독서로 보내게 된다.

 

주의할 것은 상황에 따라 읽는 책을 달리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긴 시간 집중할 수 있을 때에는 진지한 내용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버스의 경우, 원하지 않는 라디오방송을 들어야 하는 곤욕을 치를 수 있으므로 MP3 파일을 준비하면 금상첨화! 잠깐 나는 시간을 활용할 때는 에세이나 소설류를 읽으면 좋다. 공통점은 서둘러 읽으려 욕심내지 말라는 것이다.

매일 보는 활자매체가 신문이다. 이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사람은 없다. 제목만 보고 흥미 있는 기사만 내처 읽게 마련이다. 대체로 실용적인 독서법은 이같은 방법을 원용하라고 부추긴다. 업무를 위해서나 정보를 얻으려면 이런 독서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읽는 영역이 아니다. 참고하거나 보는 영역일 뿐이다. 읽는다면, 천천히 생각하며 읽는 것을 말한다. 인스턴트 음식이야 서둘러 먹어도 된다. 그러나 정찬을 그리 해서는 안 된다. 느긋하게 음미하며 먹어야 한다. 좋은 책을 읽는 법도 이와 마찬가지다.


- 이권우 / 도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