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金 敬 峯 2009. 6. 14. 16:00

 

 나무를 낳는 새

                               유 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 키스 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 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합니다

 

새 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來世가 날아갑니다 

출처 : 정원의 詩세상  |  글쓴이 : 정원 원글보기


'시 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엽서 / 안도현  (0) 2009.07.31
사평역에서 / 곽재구  (0) 2009.06.14
여름 엽서 / 이외수  (0) 2009.06.12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 도종환  (0) 2009.06.10
시 / 나태주  (0) 2009.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