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행 복 / 유치환

金 敬 峯 2009. 9. 29. 19:23

 

    행 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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