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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金 敬 峯 2010. 7. 17. 09:01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토록 애써온 일들이 안 될 때

      이렇게 의로운 일이 잘 안 될 때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뜻인가

      길게 보면 다 하늘이 하시는 일인데

      이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닌가

      하늘 일을 마치 내 것인 양 나서서

      내 뜻과 욕심이 참뜻을 가려서 인가



      능(能)인가

      결국은 실력만큼 준비만큼

      이루어지는 것인데

      현실 변화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해

      처음부터 지는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닌가

      처절한 공부와 정진이

      아직 모자란 건 아닌가


      때인가

      흙 속의 씨알도 싹이 트고 익어가고

      지는 때가 있듯이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데

      세상 흐름에 내 옳음을

      맞추어내지 못한 건 아닌가

      내가 너무 일러 더 치열하게

      기다려야 할 때는 아닌가


      쓰라린 패배 속에서 눈물 속에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