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라비안나이트’ 또는 더 적절하게 ‘천일야화’(千一夜話)라고 알려진 장대한 설화집이 정확히 언제, 누구의 손으로 작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워낙 방대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오랜 세월에 걸쳐 아랍 세계 각지의 구전설화가 모여 완성되었으리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고 어떤 이야기가 이 버전에는 있는데 저 버전에는 없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버전을 관통하는 공통점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어느 잔혹한 왕과 지혜로운 여인의 1001일 밤에 걸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샤리아르라는 왕이 있었다. 젊었지만 어질고 지혜로운 왕이었던 그는, 어느 날 왕비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왕비를 죽여버린다. 이후로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된 왕은 매일 밤마다 처녀를 데려다 동침한 후 이튿날 아침에 죽이는 나날을 반복하게 된다. 이 무렵, 한 대신의 딸 세헤라자데*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탄식을 듣고 왕의 신부가 되길 자청한다.
그녀는 첫날밤부터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왕은 그녀의 이야기 솜씨에 홀려 어느새 1001일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세헤라자데의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을 때 샤리아르 왕은 자신이 그녀를 진심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영원히 해로할 것을 다짐한다.
이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그러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4악장짜리 대작 교향시를 이해하는 데 이런 이야기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그의 의도는 특정한 줄거리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동양적인 분위기 자체로써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있었으니 말이다. 각 악장의 제목이 다소 애매한 것 역시 이런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를 통해 이 곡을 알게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 배경곡으로 이 작품을 사용했는데 4분 남짓한 음악은 44분에 이르는 <세헤라자데>의 여러 주제를 솜씨 좋게 편집한 곡이다. (퍼온 글)
전곡 감상하기(50:23)
Gimnazija Kranj Symphony Orchestra on Great Christmas Concert 2010 in Cankarjev dom (Gallus Hall). Amazing concert was
sold out in a couple of hours. Solo violin: Matjaž Bogataj. Conductor: maestro Nejc Bečan. Concert direction: Primož Zevnik.
The audience was thrilled by virtuoso playing and special stage charm and energy. Legendary.
악장별 감상하기
1악장 :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라르고 에 마에스토소’(아주 느리고 장중하게)로 지정된 서주에서 두 가지 주제가 등장한다. 맨 첫머리에 제시되는 위압적인 금관 주제는 샤리아르 왕을, 템포가 렌토로 바뀌면서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처연하고 애소하는 듯한 선율은 세헤라자데를 묘사한 것이다. 이 두 주제는 전곡에 걸쳐 등장한다. 이어지는 주요부를 여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한 선율은 별개의 주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왕의 주제를 변형한 것이다. 머잖아 신드바드의 주제가 플루트로 조용히 제시되고, 다시 독주 바이올린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화려하게 장식한 형태로 연주한다. 이후에도 왕과 세헤라자데, 신드바드의 주제가 서로 얽히면서 자유롭게 전개되어 나간다.
Yuri Temirkanov conducts Rimsky's Sheherazade 1st movement: The sea and the Sinbad's ship "Accademia Nazionale di S.Cecilia" Orchestra Marco Fiorini, violin - Monica Berni, flute - Paolo Pollastri, oboe -
Alessandro Carbonare, clarinet - Luigi Piovano, cello Rome, 2003
2악장 :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
‘칼렌다’는 이슬람의 탁발승을 말하는데 작곡가가 구체적으로 어느 이야기를 지목해 음악화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서주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연주한 뒤 바순이 탁발승 왕자의 주제를 연주한다. 이 선율을 익살스럽다고 묘사한 글이 많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밝혀도 된다면 차라리 애절하게 들린다. 이 주제가 여러 악기를 거치면서 점차 고조된 뒤 새로운 주제가 금관으로 힘차게 연주된다. 이 주제를 바탕으로 해 중간부가 다채롭게 전개된 뒤 다시 왕자의 주제로 되돌아가 화려하고 박진감 있게 마무리된다.
Yuri Temirkanov conducts Rimsky's Sheherazade 2nd movement: The tale of Kalender prince "Accademia Nazionale di S.Cecila" Orchestra Marco Fiorini, violin - Francesco Bossone, bassoon - Paolo Pollastri, oboe - Luigi Piovano,
현악기의 관능적인 선율이 샤리아르 왕과 세헤라자데의 사랑을 묘사한다. 중간부에서는 작은북의 독특한 리듬을 타고 경쾌한 주제가 클라리넷으로 연주된다. 최초의 주제가 다시 등장하고, 왕과 왕비의 주제를 거쳐 다시 중간부 주제가 재등장한 뒤 목관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귀엽고 익살스럽게 암시하면서 끝난다.
Yuri Temirkanov conducts Rimsky's Sheherazade 3rd movement: The young prince and the young princess "Accademia Nazionale di S.Cecilia" Orchestra Marco Fiorini, violin - Alessandro Carbonare, clarinet - Monica Berni, flute - Paolo Pollastri, oboe
4악장 -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종결
이전 악장들의 여러 주제가 번갈아 가며 등장해 일대 축제를 벌이는 마지막 악장이다. 먼저 왕의 주제가 성급하고 퉁명스럽게 제시된 뒤 이를 무마하듯이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등장한다. 두 주제가 변형된 형태로 한 번씩 더 등장한 다음 악상이 일변해 급박하게 전개되는 리듬을 타고 바그다드의 축제가 펼쳐진다(도중에 탁발승 왕자의 주제도 나온다). 이어 1악장에서의 바다 선율이 더 큰 스케일로 펼쳐진 뒤 배가 난파하고 나면 2악장의 중간부 주제와 3악장 서두 주제(목관으로 연주된다)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다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독주 바이올린이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약음으로 가녀리게 연주하고, 이어 저음현이 왕의 주제를 차분하게 연주한 뒤 양쪽이 어우러지면서 두 남녀의 진정한 결합을 알린다.
Yuri Temirkanov conducts Rimsky's Sheherazade 4th movement: Festival in Baghdad. The sea and the shipwreck. Conclusion "Accademia Nazionale di S.Cecilia" Orchestra Marco Fiorini, violin - Monica Berni, flute - Paolo Pollastri, oboe - Alessandro Carbon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