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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월드] 걸림돌이 디딤돌

金 敬 峯 2007. 7. 14. 09:07
 

 < 걸림돌이 디딤돌 >

◈ 선택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갈림길에 선다.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

다. "인생의 어려움은 선택에 있다"고. 사람을 `길 위의 존재’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특히 최고경영

자(CEO)는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을 맞는 자리다.

이동통신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 조민래 SK텔링크 사장(52). 그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

다보면 순간의 선택이 지니는 무게가 느껴진다.

"고교 졸업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외항선을 탈 계획을 세웠습니다. 통신사 면허증이

 필요해 통신학원을 다니면서 통신을 배웠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공무원 세계에 들어섰습니

다." 이동통신업계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이렇게 우연히 이뤄지게 된다.

1988년 6월까지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에게 다시 일생 일대의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많은

 동료들은 조직이 크고 안정적인 한국통신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조 사장은 `삐삐`로 알려진 무선호

출 사업을 펼치던 한국이동통신을 선택했다. 그는 어떤 기준으로 이처럼 특별한 선택을 했을까.

"한국통신(KT)으로 가면 나의 가치는 6만분의 1에 불과하겠지만, 한국이동통신을 선택하면 200분

의 1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6만명이 근무하는 한국통신보다는 200명 있는 조직에서 희소가치

가 더 높을 것으로 판단했죠."

한국이동통신이 기업공개와 함께 SK텔레콤으로 바뀌면서 그는 통신업계의 주도권을 쥔 이동통신

업계에서 전문가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 도전

"어려움 없는 평탄한 삶, 경쟁 없는 비즈니스, 위험 없는 투자,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사업뿐 아니라 인생 자체가 바로 도전이다. 어려움이 없고 경쟁이 없고, 위험

이 없다면 삶이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국내 제약업계에서 글로벌화를 선도하고 있는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사장(58)이 1년여 전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 가운데 일부다. 한국인이 주인인 다국적 제약회사를 일찍부터 표방해온 강 사

장은 도전을 즐기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CEO다.
 
ROTC 출신인 강 사장을 마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도저. 선 굵은 외모와 다부진 체격,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한 추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무엇 때문에(Because of)'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란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백절불굴의 개척정신이 있으면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

는 대목이다.
 
1971년 동화약품에 입사한 그는 영업할 당시 공격적인 세일즈맨으로 유명했다. 병원에서 아무리 거

절해도 10번이고 20번이고 다시 찾아가 결국은 승낙을 얻어내는 집념을 보였다. 10년 동안 영업을

한 그가 잠깐 동안 무역업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제약회사를 인수한 것이 오늘날 한국유나이티드제

약의 토대가 됐다.
 
"저는 실패한 직원을 절대 야단치지 않습니다. 그에게 실패한 책임을 묻지도 않죠.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도전해 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직원은 고의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과 다

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 사장은 단호한 어조로 강조했다.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절반은 성

공한 것"이라고.


 
◈ 시련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 날씨가 추워진

 이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충신과 간신은 쉽게

 구별하기 힘든 법이어서 세상이 혼탁하고 나라가 위급한 지경에 빠진 이후에야 진정한 충신과 간

신을 구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4년 6월 취임 이후 무너진 `30년 증권업계 종가`의 자부심을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한 손복

조 대우증권 사장(54). 그는 IMF 사태로 회사를 잠시 떠나있다 돌아옴으로써 인재를 보는 눈이 달

라졌음을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해 설명했다.
 
손 사장은 1984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기획하면서 증권인의 길을 걸었다. 대우사태로 2000년 6월 회

사를 떠나 LG투자증권 상무와 LG선물 사장을 거쳐 4년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대우증권을 평생직

장으로 생각한 그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직원들이 외부에 힘 좀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때 직원들에게 `내가 그렇게 해서 목숨 부지하면 당신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며 거절

했지요. 그런데 그때는 시련이었지만 지금은 축복입니다. 나는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은 좋아질 수 있었

을까 ,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콘트롤할 수 있었을까 등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사람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CEO로 일하는데 있어 손 사장은 과거 비싼 수업료를 지불

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 위기
 
최근 출시된 `처음처럼` 이라는 소주로 돌풍을 일으키며 주류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기선 두산주류 BG 사장(54)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위기를 기

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의 원천을 보여준다.
 
지난해 3월 CEO로 취임해 1년만에 히트작을 만든 한 사장에게 `처음처럼`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었

다.
 
"2002년 진로 영업본부장을 그만두고 오비맥주에서 근무하던 중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

론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술 때문이었습니다. 투병 기간 중 건강에 관심을 쏟는 과정에서 물이 중요

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때 접한 것이 알칼리환원수입니다."
 
한 사장은 투병기간 중 물에 관한 전문서적을 20권 이상 독파하면서 물에 심취했다. 특히 알칼리 환

원수가 몸에 좋다는 확신을 가진 후 매일 3리터씩 마시면서 몸의 변화를 체험했다. 2004년 10월 두

산주류BG 부사장으로 업계에 복귀한 그는 이때부터 몸에 좋은 알칼리수로 소주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었다. 경쟁사인 진로의 `참이슬`의 주역이었던 한 사장은 부드럽고 순한 소주에서 더

 나아가 아침에 술이 잘 깨는 웰빙 소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것이다. 위기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내는 삶의 지혜를 한 사장은 보여주고 있다.
 
◈ 모험
 
"나는 나날이 거듭납니다. 내 나이 여든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변화

의 모험을 계속할 것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평소 `시간만 되면 세계 어디라도 탐험하고 싶다`며 남극과 북극, 에베레스트 등정길에 나서는 구자

준 LIG 화재 부회장(55)은 '탐험 경영' 등으로 대변되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CEO다.
 
구 부회장은 K2 원정대, 북극점 및 남극점 도보탐험에 이어 2004년 말 7대륙 최고봉 등정길에 나선

오은선씨의 빈슨매시프 등반에도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2005년 북극점 도보탐험대의 원정대장을

맡은 데 이어 올 4월에도 산악인 박영석씨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다녀왔다. 그런 점에서 구 부회장은

 모험정신과 기업경영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마라톤과 보험 영업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 등이 같아

 기업경영에 접목 시키게 됐고 탐험을 통해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미지의 세

계를 개척하는 탐험 정신은 기업경영과 맥을 같이 합니다."
 
구 부회장은 특히 LIG화재가 신채널,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한 것은 그같은 모험 정

신이 은연중 발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업계가 구 부회장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주시하는 이유다.

 


[머니투데이 박응식기자, 사진=최용민,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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