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2

지름신의 손 / 김현태 (해설 박봉준)

金 敬 峯 2007. 10. 31. 19:02

지름신의 손 

                          / 김현태 

 

 

이 땅에 강림 하셨도다!

 

욕에 눈멀고 

시선 금빛에 고정한 사람들 위하사

사구를 넘어 산 같은 몸 이끌고 

폭우처럼 하강 하셨도다

 

질러라! 질러!

누수는 윗돌 빼서 막고

소리 내어 울던 영혼들

검은 살 속으로 앓는 소리 덮어도

미래는 자꾸만 흔들리는 것

하지만, 질러라!

금빛이 내 눈 찌르거든 과묵히 일어나

천둥벼락처럼

우선, 질러 보는 거야

신이시여! 지름신이시여! 

팔색조만 빛나는 세상 펼쳐 놓았으니

그 성에 입성한 자 핥고 할퀸 상처

끊임없이 뇌에서 진액 흘러나와

빛나는 꽃들 피었다가 제풀에 지는 꽃

광풍에 쓸려 들판으로 내몰리는 낙화

팔다리를 묶어 지구 변두리로

자꾸만 끌어당기는

틀어잡고 놓아주지 않는 당신의 손

 

 


  지름신이란 충동구매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사다가 인터넷 용어인 [지르다, 지름]으로 바뀌게 되고 자신이 충동구매를 한 것을 지름신이 강림하셨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현태 시인의 [지름신]은 그냥 神으로서 감상을 하면 평범한 시가 되나, 그 지름신의 개념을 알고 나면, 그 순간부터 빛나는 글이 된다. 날카로운 검을 들고 신랄하게 사회의 한 병폐를 꼬집는 좋은 시 한 편을 만나게 된다. 어려운 수식도 없이 그 리듬 또한 경쾌하다. 마치 지름신이 장검을 들고 춤을 추듯이 율동적이다. 읽을수록 신명이 난다. 충동구매라는 원관념을 [지름신]이라는 보조관념 하나로 더는 설명할 말이 없을 듯하다. 물론 거기에 알맞게 간단명료하게 문장을 처리한 시인의 역량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해설/ 박봉준

(두레문학 2007 하반기)

출처 : 『두레문학』시와비평문학  |  글쓴이 :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