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의 손
/ 김현태
이 땅에 강림 하셨도다!
욕에 눈멀고
시선 금빛에 고정한 사람들 위하사
사구를 넘어 산 같은 몸 이끌고
폭우처럼 하강 하셨도다
질러라! 질러!
누수는 윗돌 빼서 막고
소리 내어 울던 영혼들
검은 살 속으로 앓는 소리 덮어도
미래는 자꾸만 흔들리는 것
하지만, 질러라!
금빛이 내 눈 찌르거든 과묵히 일어나
천둥벼락처럼
우선, 질러 보는 거야
신이시여! 지름신이시여!
팔색조만 빛나는 세상 펼쳐 놓았으니
그 성에 입성한 자 핥고 할퀸 상처
끊임없이 뇌에서 진액 흘러나와
빛나는 꽃들 피었다가 제풀에 지는 꽃
광풍에 쓸려 들판으로 내몰리는 낙화
팔다리를 묶어 지구 변두리로
자꾸만 끌어당기는
틀어잡고 놓아주지 않는 당신의 손
지름신이란 충동구매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사다가 인터넷 용어인 [지르다, 지름]으로 바뀌게 되고 자신이 충동구매를 한 것을 지름신이 강림하셨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현태 시인의 [지름신]은 그냥 神으로서 감상을 하면 평범한 시가 되나, 그 지름신의 개념을 알고 나면, 그 순간부터 빛나는 글이 된다. 날카로운 검을 들고 신랄하게 사회의 한 병폐를 꼬집는 좋은 시 한 편을 만나게 된다. 어려운 수식도 없이 그 리듬 또한 경쾌하다. 마치 지름신이 장검을 들고 춤을 추듯이 율동적이다. 읽을수록 신명이 난다. 충동구매라는 원관념을 [지름신]이라는 보조관념 하나로 더는 설명할 말이 없을 듯하다. 물론 거기에 알맞게 간단명료하게 문장을 처리한 시인의 역량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해설/ 박봉준
(두레문학 2007 하반기)
출처 : | 『두레문학』시와비평문학 | 글쓴이 : 김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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