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미술관 입구
간송 미술관은 매년 5월과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문을 엽니다.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아 저도 지난 27일 간송 미술관에 방문했습니다. 1938년에 세워진 간송 미술관은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모은 국보급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전형필 선생이 전 재산을 털어 국보급 미술품을 소장하게 된 계기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시대에 귀중한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대부분 일본으로 유출되던 때 이를 안타까이 여긴 전형필 선생은 사재로 우리나라 문화재를 수집합니다. 한 두 개 모인 소장품들이 오늘날의 전시관을 만들었고, 이는 매스컴에도 소개되어 유명세도 탔습니다. 매스컴에 소개된 후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도 사람들이 북적였던 때였습니다.
▲간송 미술관 입구에 놓인 화분
비탈길에 위치한 간송 미술관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들어가는 길목 곳곳마다 드리워진 나무들로 시원한 바람이 잘 부는 곳이었습니다. 넝쿨로 둘러싸인 건물조차 자연친화적이었던 간송 미술관은 들어가는 길목부터 꽤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오원 장승업을 주제로 열린 간송 미술관에는 장승업의 그림을 필두로 그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지운영, 조석진의 그림까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오원 장승업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천재화가로 꼽힌 화가입니다. 이들 모두는 호에 원(園)이 들어가 삼원이라고도 불리었습니다.
장승업의 작품에는 자연을 묘사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계산무진(시내와 산은 끝이 없다)’, ‘난천청산(요란한 폭포와 푸른산)’ 등의 작품이 그러했습니다. 산수와 더불어 장승업의 작품 중에는 과장된 표현이 드러나 있는 작품도 더러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 ‘녹수선경(사슴이 선경을 수업하다)’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슴에게 경전을 가르친다는 설정의 그림은 익살스런 주인공의 표정과 다소곳이 바위에 앉은 사슴의 풍경이 감상 포인트였습니다.
장승업 화풍의 영향을 받은 지운영의 작품에도 산수를 소재로 한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폭포수에서 한쪽 발을 들어 씻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백련탁족(백련이 발을 씻다)’은 시원한 풍경이 잘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지운영의 작품에는 장군이 기러기를 쏘는 모습, 농부가 소를 모는 모습 등 일상적 풍경을 묘사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지운영 작품 외 조석진, 안중식의 작품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고 나오면 전형필 선생의 흉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전형필 선생 흉상
도심 속 자연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 곳에 오면 좋을 듯합니다. 단, 이번 전시회는 막을 내렸으니 10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한 사람이 일궈놓은 노력으로 마련된 간송 미술관. 문화재 관리에 소홀한 요즘, 많은 생각을 할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끝으로 간송 미술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국보급 보물들이 숭례문 전소 사건 같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보존 및 체계적인 관리가 앞으로도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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