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 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냘픈 총각애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 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 애 맘껏 딩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 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여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딩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이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올리기에……
● 출처 :『ASIA』 제4호, 2007
● 詩: 렴형미-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1999년 전국군중문학현상공모에 1등으로 당선되어 창작활동 시작. 여성들의 다양한 삶과 운명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한결같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북의 젊은 문학가 중에서 이채를 발함.
● 낭송: 성병숙- 연극배우. <하나둘셋>등에 출연했으며, MBC드라마 <문희>, 연극<친정엄마>에 출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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