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조각

불면증에 걸린 당신을 위한 사진작품

金 敬 峯 2009. 3. 25. 15:36

 

 

  

  

 

  

 

  

 

 

 

 S#1-투명에 가까운 블루

 

색채 연구소에서 예전 무작위 추출로 대한민국 국민 1만명에서 선호하는 색상에 대한 조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단연코 일등을 차지한 것이 청색입니다. 파랑색, 블루, 아쿠아마린빛 등 여러가지 이름을 갖고 있지요. 위에 나열한 색상들이 청색계열에 모두 포함되는 블루의 또 다른 스펙트럼이지요.

 

각 나라 마다 자신의 하늘빛과 바다의 빛에서 유래된 청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청색을 한 블루라고 하고, 아라빅 블루라는 중동의 바다색도 있지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이브 클랭은 자신만의 청색을 만들어서 저작권 관리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청색은 고래로 상처를 치유하고 공포와 두려움으로 착용자를 지켜주는 색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세시대, 라피스 라줄리라는 청색의 보석을 갈아 몸에 품고 있으면 최음효과가 있다고 믿었는가 하면, 고대 이집트에선 이 라피스 라줄리(청옥)을 갈아 아이셰도우로 사용하여 해충을 막기도 했습니다.

 

 

이브 클랭의 <청색을 위한 변주>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집중력을 가져다주고 눈의 피로를 덜어줍니다. 이 뿐 아니라 하늘의 빛은 원천적으로 한발 물러나 나 자신을 살펴보고 성찰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만드는 효과가 있지요. 불면증에 걸린 분들에겐 집의 남향에 걸어둠으로서 강한 햇살의 기운을 필터로 걸러내는 효과까지 낼수 있습니다. 사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원고 준비를 하고 자료를 찾고 원서를 강독하고 나면 어느새인가 잠들어야 할 시간을 잊어버리게 되고, 이것이 농축되다 보니 요즘 본의 아닌 수면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대단한 치료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철저하게 집중해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제 자신에게 카모마일 차 한잔과 따스한 족욕 정도를 베풀기도 합니다. 저는 잠들기 전 고요함 밤의 시간을 즐깁니다. 오렌지 민트향 로션으로 Foot Care 도 해주고, 제 몸의 구석구석을 만져주며 축복해줍니다. 눈이 있어서 좋은 것 보게 되어 고마왔고, 심장에겐 따스한 육체를 위해 피를 돌려준 것을 고마와 합니다.

 

 

사진작가 윤명숙의 바다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환하고

활수해지는 제 자신을 봅니다. 그녀의『바다-청색에 물들다』展 에서 본 바다입니다.

바다의 풍광은 빛과 조응하는 바다의 여린 표면에 환한 세상을 각인합니다.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는 이유는, 그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기 때문이죠.

작가의 말처럼 바다는 그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가 보고싶은 바다의 모습만을 봅니다.

 

 

동트는 새벽에 바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고

어린시절 무모하게 도전했던 벤처 사업은 시작했던 네명의 인원이

10개월치 월급을 번 수준에서 정리되고 말았고, 사람들 사이의 마음의 벽은 커지고

우정은 깨어졌습니다. 그때 바다에 갔었던 것 같습니다. 바다의 침묵 위에서

그저 한없이 소실점이 수평으로 나열된 바다의 광묵함에 젖었습니다.

 

 

바다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과의 불화로 시달리거나, 새로운 두려움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하지 못할때, 사랑에 빠져 연인과 함께 바다에 갔을때, 혹은 먼저 세상을 등진

여동생을 만나러 갈 때, 바다는 유독 같은 모양이긴 하지만 하늘 아래 투영된 물빛은

새삼 달랐습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때 그때의 물빛들을요,

 

 

윤명숙의 사진 작업을 보고 있자면

마음 한편이 편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외로움도 느낍니다.

수직선의 세계 위에 왼편 작은 배의 형상을 프레임 속에 가둔 것도, 기실 그 외로움의

정도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네요.

 

 

바다의 속살을 드러내게 하는 건 역시 빛의 역할입니다.

바다를 유화로 혹은 판화작품으로 보는 것 보다, 사진으로 보는 것이

좋은 이유는 빛으로 그려낸 기록 속에 응고된 정지된 실체를 보기 때문이겠지요.

 

불면의 밤을 시달리고 있을 때, 사실 그 마음의 속내 모두

보여줄 수 없으나, 바다를 일종의 용기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저는『하하 미술관』에서 분노가 생길때, 상처가 아물지 않고 반복될 때를 대비

미술치료의 기법 중의 하나인 보유(Containing)기법을 사용하라고 말씀을 드렸었지요.

보유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상처가 아울때까지 이미지화 된 그릇 속에

내 상처를 넣고 봉합한 후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바다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사진기라고 가져가서 담아오세요.

 

 

저는 이번 두번째 책을 끝내고 새로운 책에 도전해야 합니다.

오늘 기획서를 마무리 해서 보내려고요. 전공지식을 총동원해서 써야 하는

책이라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바다같이 넓은 지식과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을 내어 제주 바다의 빛에 취해보자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올레길을 걷고 싶기도 합니다. 바다 위에 누워 해저문 노을을 바라보며

내 속살을 청색으로 물들이고 싶기도 합니다. 그 자유가 많이 그립네요.......

 

바다는 밤마다 별을 따서 / 바다에 풀어 놓는다

바다는 밤마다 꿈을 풀어 / 파도를 만든다
바다는 밤마다 돌섬 작은 곳에 / 시를 숨겨 놓는다
새벽녘 바다 새는 시를 물어와 / 모래밭에 뿌려놓는다
다시 밤이 되면 / 하늘에 별이 되는 시

 

송정숙의 새벽바다 전문

 

여러분은 저 바다에 무슨 상처를 풀고 기쁨을 숨기려 합니까?

오늘같이 날씨가 잔뜩 흐린 날엔, 우울함에 젖기보단, 내 안에 멍울을 바다에 풀어버리고

웃음과 환희와 행복한 열매를 대신 바다에 뿌리길 원합니다. 그렇게 하실 수 있지요?

벌써 마음 한편이 편해지실 걸요. 편안한 밤 되세요.....푹 주무세요.

 

 

 

 

Phil Coulter - Sunlight on The Water (물 위의 햇살)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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