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둠'으로 나뉘어진 초등학교 교실
[교단일기]골칫덩이 제자의 ‘작은 기적’ <김여울/충남 홍성초등 교사·동화작가>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 끝에 궁리를 해 낸 것이 아이를 모둠에서 떼어놓는 방법이었다. 더 이상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실 맨 앞자리, 그것도 담임의 책상이 있는 바로 앞에 자리를 마련해서 혼자 뚝 떼어놓았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말했다. 언제든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맘껏 하라고. 대신 조건이 있었다. 다시 모둠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절대로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었다. 아이는 담임의 말에 별 저항 없이 순순히 따랐다.
혼자가 된 아이가 제일 먼저 찾아 나선 것은 교실 안 책꽂이였다. 의외였다.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날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수업에 열중해 있는데도 아이는 관심없다는 듯이 따분하고 지루한 학교 생활을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는 눈치였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담임의 눈에 어쩌면 그렇게도 신기해 보였는지 몰랐다. 담임은 어느새 아이가 자신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아이가 일단 한번 책을 붙잡으면 삼매경에 빠진다는 점이었다. 담임은 그런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달 남짓한 기간을 외로운 섬으로 지내던 아이가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랄 일을 저지르고 나설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중간 평가를 실시하고 난 다음이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보나마나 당연히 하위 그룹에 처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뜻밖에도 최상위 그룹에 우뚝 올라앉아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아 몇 번이나 머리를 갸웃거렸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걸 어쩌랴. 수업시간을 소가 닭 보듯 하고, 그것도 시험과 직결되는 교과서와는 하등 상관없는 만화책이나 동화책만을 넘기며 지내던 아이가 아니었던가? 담임은 황홀했다. 더는 도저히 가슴 뭉클하도록 아름다운 이 황홀경을 담임 혼자서 만끽할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어린 피에로를 덥석 부둥켜안고 말았다. 대체 너의 어디에서 이토록 빛나는 진주가 반짝이고 있었단 말이냐?
담임은 아이를 외로운 섬에서 해방시키기로 했다. “예전처럼 네 모둠으로 가서 앉도록 해라. 넌 더 이상 섬이 되어서는 안될 얄미운 말썽꾸러기니까”. 담임은 아이에게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족을 달지 않더라도 아이의 가슴은 이미 뜨겁게 달궈져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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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아빠의 일기 | 글쓴이 : 뚜시꿍야 원글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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