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교육자료

골칫덩이 제자의 ‘작은 기적’

金 敬 峯 2009. 6. 17. 23:02

 

▲ '모둠'으로 나뉘어진 초등학교 교실

 

[교단일기]골칫덩이 제자의 ‘작은 기적’

 

<김여울/충남 홍성초등 교사·동화작가>

 

년 초부터 유난히 담임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이는 처음부터 담임교사의 신경을 몹시도 곤두서게 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존재였다.   수업시간이면 옆자리의 짝은 말할 것도 없고 앞뒤 친구들에게까지 시비를 걸어 토닥거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아이에 대한 교실 안의 원성이 끊이질 않았다.   걸핏하면 누구 누구의 공책을 찢어놓았다거나 연필심을 부러뜨렸다는 민원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그럼 안되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되고 말고” 담임은 용케 잘도 참아 넘기며 아이를 다독이고 얼렀다.   때로는 별것도 아닌 일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칭찬 세례를 퍼붓는 일도 아이를 달래는 한 방법이었다.   그게 먹혀들지 않을 때는 적당히 윽박을 질러도 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아이는 그때뿐이었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또 시작이었다.   혹시 다른 아이들처럼 담임교사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작전이 아닐까?   그렇지가 않았다.   아이의 행동은 한 마디로 눈총을 받기에 딱 알맞았다.   참으로 다루기 고약한 어린 피에로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실 안의 분위기는 약속이나 하듯 일제히 아이를 돌려세워 놓기에 이르고 말았다.  

 

러면 안되는데…. 생각 끝에 궁리를 해 낸 것이 아이를 모둠에서 떼어놓는 방법이었다.   더 이상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실 맨 앞자리, 그것도 담임의 책상이 있는 바로 앞에 자리를 마련해서 혼자 뚝 떼어놓았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말했다.   언제든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맘껏 하라고. 대신 조건이 있었다.   다시 모둠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절대로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었다.   아이는 담임의 말에 별 저항 없이 순순히 따랐다.  

 

자가 된 아이가 제일 먼저 찾아 나선 것은 교실 안 책꽂이였다. 의외였다.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날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수업에 열중해 있는데도 아이는 관심없다는 듯이 따분하고 지루한 학교 생활을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는 눈치였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담임의 눈에 어쩌면 그렇게도 신기해 보였는지 몰랐다. 담임은 어느새 아이가 자신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아이가 일단 한번 책을 붙잡으면 삼매경에 빠진다는 점이었다.   담임은 그런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렇게 두 달 남짓한 기간을 외로운 섬으로 지내던 아이가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랄 일을 저지르고 나설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중간 평가를 실시하고 난 다음이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보나마나 당연히 하위 그룹에 처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뜻밖에도 최상위 그룹에 우뚝 올라앉아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아 몇 번이나 머리를 갸웃거렸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걸 어쩌랴.   수업시간을 소가 닭 보듯 하고, 그것도 시험과 직결되는 교과서와는 하등 상관없는 만화책이나 동화책만을 넘기며 지내던 아이가 아니었던가?   담임은 황홀했다.   더는 도저히 가슴 뭉클하도록 아름다운 이 황홀경을 담임 혼자서 만끽할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어린 피에로를 덥석 부둥켜안고 말았다.   대체 너의 어디에서 이토록 빛나는 진주가 반짝이고 있었단 말이냐?  

 

임은 아이를 외로운 섬에서 해방시키기로 했다.   “예전처럼 네 모둠으로 가서 앉도록 해라.   넌 더 이상 섬이 되어서는 안될 얄미운 말썽꾸러기니까”.   담임은 아이에게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족을 달지 않더라도 아이의 가슴은 이미 뜨겁게 달궈져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DdooSiKkoongYa  

 

 

출처 : 아빠의 일기  |  글쓴이 : 뚜시꿍야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