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편지지)

사랑인가 봐

金 敬 峯 2009. 8. 20. 23:41

        고백 / 민병도 아무도 모르게 산 하나를 사랑했었네. 멀리서 바라다보기도 하고 혼자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흔들어 보기도 했었네. 풀꽃 얹힌 바위를 끌어안고 산은 향기로운 숨을 쉬며 맑은 눈물로 밤을 새우다가 때로는 혼자서 울기도 하였네. 울고 있는 산의 모습은 그러나 슬퍼 보이지 않았네. 아무도 모르게 강 하나를 사랑했었네. 강은 항상 상처 지닌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다 놓고 태양의 말씀과 별들의 노래를 들려주었네. 손을 씻어 보기도 하고 발도 담그다가 몰래몰래 종이배를 띄워도 보았네. 종이배를 안고 흐르는 강의 모습은 그러나 불안하지 않았네. 아무도 모르게 사람 하나를 사랑하였네. 동해 먼 섬처럼 그 어깨에 갈매기 앉고 가슴에는 비에 젖은 미루나무 흔들리는 그 사람의 곁에서 나는 태양이고 싶었네. 허전한 가을바람에 드러난 상심의 뿌리, 그 뿌리를 덮어줄 고운 흙이고 싶었네. 나의 흔들림이 그 사람의 흔들림을 껴안아 세상의 모든 흔들림을 잠재울 때 비로소 탑 하나를 세우고 싶었네.

    출처 : 열 린 바 다  |  글쓴이 : 조영인 원글보기


    '메모장(편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상의 가을 아름다운 풍경 영상..(7통)   (0) 2009.09.07
    차 한 잔 하실까요?  (0) 2009.08.20
    여름 바다   (0) 2009.07.31
    기다림(빈 자전거)  (0) 2009.07.24
    시냇물 과 감사장  (0) 200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