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지등 / 유자효

金 敬 峯 2009. 9. 27. 23:54



지등 / 유자효 
불을  밝히면
다소곳이  이루어지는  빈  터에
젖빛으로  흔들리는  물길을  마련하고
어머니는  물레를  자으신다.
끝없이  풀리는  실의  한  끝을
탯줄처럼  목에  감고서
밤을  건너는  나의  울음은
새벽녘  문풍지를  흔드는
쓸쓸한  들판의  바람이  된다.
시간이  깊이 떨어져  내려
한 곳에  일렁이는
갈매  빛  정막
잠든  나의  곁에서
홀로  아파하던  어머니는
무명옷  곱게  입고  떠나가시고
그  물기의  저편에서
이제는  홀로  내가  떠나고  있다.

    ─━☆비평가와네티즌이 선정한 한국베스트명시모음☆─━

     

    출처 : 열 린 바 다  |  글쓴이 : 익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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