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구상 선생님의 글 세 편과 낭송

金 敬 峯 2009. 12. 25. 19:27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꽃자리 - 구상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기도  - 구상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이   름 : 구상 (구상준)  
출   생 : 1919년 9월 16일 
사   망 : 2004년 5월 11일 
출신지 : 서울특별시 
직   업 : 시인 
학   력 : 니혼대학교 
가   족 : 딸 소설가 구자명 
데   뷔 : 1946년 동인지 시집 응향(凝香) 시 '밤', '여명도(黎明圖)' 발표 
경   력 : 1999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
            1998년 흥사단 명예단우 
수   상 : 1993년 제38회 대한민국 예술원상 
            1957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대표작 : 발길에 채인 돌멩이와 어리석은 사나이, 유언, 사랑을 지키리 



출처 : 이재영의 詩와 낭송  |  글쓴이 : 애니 이재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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