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2

[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나무의 시(류시화)

金 敬 峯 2010. 4. 1. 16:59

 

 

 

하고많은 악기 중에서 드럼을 배우는 조카가 있다. 녀석과 드럼을 이야기하다가 밑천이 떨어져 마지막 말에 힘을 주었다. 음악은 듣는 것이지만 눈으로 보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옮기기도 어렵고 늘 뒤에 앉아 빛이 나지 않지만, 드럼이야말로 라이브의 진수로 여긴다. 온몸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음악이 단지 듣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몸이 곧 드럼이니 소중히 하고 움직이는 모양 하나가 곧 연주라고 생각해라. 몸이 성했으면 삼촌도 아마 드럼을 했을 거다.

 

정말 그렇지. 시도 다르지 않지. 내가 나무가 되지 않고는 나무를 쓰지 못하는 게 맞다. 아니 처음부터 쓸 생각 말아야지. 대신 내가 나무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써야지. 왜 나무가 되지 못할까 반성도 해야지. 그러다가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닿을 때' 살짝 말해야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와서 기꺼이 나 되어주는 일처럼 '외로울 때마다,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적어야지. 이처럼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 내게 일어났다고 고백해야지.

출처 : 금강하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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