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엄마가 되어라.
자녀는 나의 아바타?
동물계의 자연법칙은 장성한 새끼는 분리해서 보내는 것이다. 그래야 어미와 새끼 다 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등 동물인 인간만이 그 작업을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심리학자 말러(Margaret S Mahler) 는 인간의 분리 개별화, 즉 심리적 탄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분리는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며, 개별화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려는 의지를 말한다. 이 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부모(특히 엄마)는 자녀를 자신의 아바타로 삼고, 나의 대리 인생을 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은 하반신이 마비된 남자이지만 그의 아바타는 완전한 육체에 가장 능력있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완벽한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
영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위니캇(D. Winnicott)은 엄마와 아이를 3천 쌍 이상 연구했는데 놀랍게도 아이를 망치는 엄마는 '퍼펙트 마더(perfect mother)' 즉 자녀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 모든 필요를 채워주는 엄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아이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부족함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가 대안적으로 제시한 엄마는 '굿 이너프 마더(Good enough mother)', 즉 충분히 좋은 엄마였다. 필자는 이 용어를 ‘그냥 그런 엄마’라고 번역해서 사용하는데 그냥 그런 엄마란 사랑도 주지만 동시에 좌절도 줄 수 있는 엄마, 그래서 가끔은 아이에게 “배 째!”라고 배를 들이밀 수 있는 사람이다.
엄마에서 어머니, 아빠에서 아버지로 재탄생하라.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필요한 시기는 아이가 ‘마술적 사고’ 즉,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 때다. 한국의 상황으로 보자면 넉넉잡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를 말한다. 그때까지는 어제라도 함께 놀아주고, 알아서 모든 필요를 채워주는 엄마, 아빠가 최고다. 그러나 그다음 단계, 즉 배려, 사랑, 우정, 베풂, 더불어 사는 삶과 같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추상적 사고’로 올라가기 위해선 사랑과 함께 적절한 좌절도 안겨주는 어머니와 아버지로 재탄생해야 한다.
엄마는 무한사랑이나 어머니는 유한사랑이다. 아빠는 한없이 놀아주지만 아버지는 엄하게 훈련시키기도 하는 존재이며 아파하는 자녀의 눈물을 보고 뒤돌아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다. 엄마, 아빠 노릇이 차라리 쉽다. 눈 질끈 감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 한 목숨 바치겠다고 결심하면 되니까.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나무는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희생양이고, 소년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영아기적 사고에 고착되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일 뿐이다. 다 큰 소년이 돈이 필요하다며 찾아왔을 때 나무는 단호하게 ‘No!'라고 하며 돈이란 대가를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일러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계속 요구해온다면 호통을 쳐서라도 보냈어야 했다.
사랑하기에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자녀의 두 날개, ‘사랑’과 ‘좌절’의 날개가 균형을 이룬다. 급상승도 급하강도 가능한 비행술을 가지고 언제라도 먹이를 낚아챌 뿐만 아니라 적의 위협으로부터 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사랑이란 이름의 학대를 행하고 있음을 기억하라.
이병준 파란리본(Re-Born)카운슬링&코칭 대표
월간 샘터 6월호 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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