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어린 시절, 나는 놀림받는 외톨이였다"…컴퓨터 의사 안철수의 놀라운 이야기
별난 컴퓨터의사 안철수 | 안철수 지음 | 비전
입력: 2010-11-18 18:05 / 수정: 2010-11-19 14:34
'나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천재는 결코 아니다. 어린 시절엔 무엇 하나 뚜렷하게 잘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공부나 운동 어느 것도 잘하지 못하고 너무나 내성적인 내 자신에 실망하면서 지냈다. 천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는 내 자신이 서글퍼지기도 했다. '
《별난 컴퓨터의사 안철수》는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던 안철수씨(48)가 어떻게 의학박사 · 컴퓨터백신 전문가 · 벤처기업인 · KAIST 석좌교수 및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는지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의 대표작인 《CEO 안철수,영혼이 있는 승부》보다 이 책을 더 좋아하는 이유다.
1995년 펴낸 이 첫 책에서 그는 자신의 성격과 생각,의대 입학 및 졸업 과정,컴퓨터 백신프로그램 공개 이유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책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 외톨이였다. 내성적인데다 얼굴이 유독 하얗고 머리도 노란 편이어서 또래들에게 흰둥이란 놀림을 받은 통에 밖에 나가지 않고 혼자 지냈다는 것이다.
병원집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중학교 때까진 성적도 그저 그렇고 피만 봐도 무서워 의사보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2 때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꿔 의대에 입학,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결국 기초의학인 생리학 쪽으로 전공을 바꾸게 돼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특징 중 하나로 뭐든 기초부터 시작하는 점과 뛰어난 집중력을 들었다. 바둑만 해도 의대 2학년 때 처음 배우기로 작정한 뒤 책을 50권쯤 사서 읽은 뒤에야 기원에 갔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의학 공부도 마찬가지.'기계를 사기 전에 책부터 봤다. 모르는 게 많아도 소처럼 읽어나가다 보면 결국 통째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의대에서도 족보 대신 교과서만 봤다. 취미도 본업도 기초부터 하다 보니 처음 한 단계 올라서는 데 남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나중엔 가속도가 붙었다. '
적응력과 책임감도 강점으로 꼽았다. 서울에 온 뒤 한동안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걸어가며 골목골목 죄다 들어가 봤더니 점차 모르는 길도 척척 찾게 되더란 얘기다. 결혼 후 아내가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던지면 어쩌느냐고 했을 때 당황했지만 곧 어머니가 다 정돈해주던 시절은 끝났다는 걸 깨닫고 치우게 됐다고도 했다.
본과 1학년 때인 1982년 가을 하숙집 친구가 가져온 컴퓨터를 보고 반한 뒤 고생 끝에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공개한 이후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사논문 준비 등 개인적 사정 때문에 백신 개정 작업이 늦어지면 어김없이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소문과 함께 항의가 쇄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못 박았다. '칭찬과 비난을 포함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귀를 막으려 애쓰면서 내가 생각하는 값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 염두에 둔다. 누군가 내게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게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사회에서 맡은 자신의 자리를 충실히 지키는 가운데 내가 남을 돕고 남이 나를 도우며 살아가게 돼 있는 것이다. ' 언제 읽어도 가슴이 뻐근해지는 대목이다.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