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길 위에서의 생각 / 류 시 화

金 敬 峯 2011. 11. 6. 23:24

 

 

 

길 위에서의 생각

                          / 류 시 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사진은 충주댐 옆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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