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성선설 - 함민복 / 외상값 - 신천희

金 敬 峯 2012. 3. 1. 08:07

      성선설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등단작}

      **************************************************

      외상값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계간『문학선』(2006.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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