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의 유통기한

 

어느 추운 겨울, 한 남자가 '워싱턴 디시역'에서 바이얼린을 켜기 시작했다. 그는 바하의 곡을 연주했다. 3분 뒤, 어떤 중년 남자가 그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금방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4분 뒤, 바이얼리니스트는 1달러를 벌었다. 어떤 여성이 그의 음악을 듣지도 않고 지폐를 내던지며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반대편 벽에 기대어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그 사람 또한 손목시게를 힐끔 보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의 음악을 가장 감명깊게 들었던 사람은 세 살짜리 남자 아이. 바쁜 엄마가 빨리 가자며 재촉했던 탓에 오래 서 있지는 못했지만 그 아이는 걸어가면서도 줄곧 뒤돌아보며 그 음악을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가 바하의 곡을 연주하는 한 시간 동안 그 앞에 멈춰선 사람은 단 여섯 명뿐이었다. 돈을 넣은 사람은 20명 쯤 되었지만 그 중 멈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바이얼리니스트가 번 돈은 단 32달러! 연주가 끝나고 음악이 멈추었어도 박수는 커녕, 역내의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이얼리니스트의 이름은 '죠슈아 벨' 세상에서 가장 재능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그는 지금 역사에 남을만한 연주를 한 것이다. 그것도 30억 짜리 바이얼린을 들고. 불과 이틀 전, 보스턴에서 가졌던 콘서트는 최하 13만원부터 시작하는 티켓이 모두 매진되었을 정도로 성황리에 마쳤던 참이었다. 우리는 진짜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만한 것에 돈을 쓰고 있기는 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재능 있다는 바이얼리니스트가 바로 코앞에서 연주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우리는, 혹여라도 더 많은 아름다움을 매일매일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