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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서 한국이 유리한 이유

金 敬 峯 2013. 2. 7. 21:24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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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서 한국이 유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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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한국증시에서 환율의 복잡 방정식


올 들어 한국증시는 글로벌 증시에서 그야말로 제대로 따돌림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간 한국증시 수익률은 관찰대상 증시 78개국 중 70위에 랭크 될 정도로 저조했다. 그 요인으로 우선은 글로벌 인덱스펀드의 대장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라는 마찰적 요인을 들 수 있지만 외국인 매도의 중심타선인 뱅가드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우리증시를 억누르고 있는 것은 글로벌 자본의 환류 흐름을 타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을 들 수 있다.


환율은 2가지 측면에서 주식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첫째는 글로벌 자본의 환류, 특히 유럽위기로 인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며 한국에 밀려 들어왔던 자금과 케리자금의 환류로 인한 원/달러의 추가상승(원화가치의 추가하락) 가능성이다.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치가 떨어질 때는 먼저 파는 놈이 똑똑해 보이는 법이다.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한국에서 주식을 정리하려는 외국인이 많아졌고 그 중 일부는 다른 강세통화지역(일본, 유럽)으로 자금을 빼나가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신흥국에만 집중하고 있는 펀드들도 역시 최근엔 일단 신흥국 전체에서 환율의 차익실현을 즐기는 눈치다.


또 다른 측면은 환율 변화, 특히 경쟁국 통화대비 강해지고 있는 원화환율에 따라 기업수익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감은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악재다. 특히 원/엔 환율의 가파른 절상은 한국 수출기업들의 수익악화를 우려하게 만들었고 또 실제 발표된 지난 4분기 기업실적은 환율 민감형 한국 수출기업들의 향후 펀더멘틀에 의심을 키웠다. 한국기업이 환율에 얼마나 내성이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물동량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변동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약화를 그저 무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올해 글로벌 환율결정 제1요인은 위험(risk)요인


이제 관전의 포인트는 ‘환율이 어디쯤에서 멈추고 또 글로벌 자본이 어떻게 반대의 흐름을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올해에도 이 지구촌 환율을 결정하는 제1요인은 무엇보다도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이자율의 차이, 기대자본수익률의 차이라는 고전적 환율결정 요인은 당분간 환율을 설명하는 부수적 요인에 그칠 것 같다.

 

여기에 각국의 ‘돈 풀기’ 작전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어차피 ‘네가 돈을 풀었으니 나도 돈을 푼다’라는 식의 상황에서 올해는 맨 나중에 막무가내로 치닫는 일본의 영향력이 제일 클 수밖에 없는 해인 듯싶다. 돈을 풀고, 거기에 맞대응하고, 비난하고 제 각각 슬그머니 돈을 더 푸는 사이에 지구촌을 떠도는 돈(단기 유동자금)의 양은 배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을 필두로 경기가 회복된다는 얘기는 풀린 돈이 돈다는(신용창출이 일어난다는) 뜻이어서 이제는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유동성 폭탄이 더 가까이 장전된 셈이다. 


이런 여건 속에 갑자기 터지는 어떤 결정적 이벤트는 환율의 반전, 또 그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 낼 소지가 충분히 있다. 즉, 올해 환율은 어디로 튈지, 또 얼마나 튈지를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고나 할까. 유로화의 약세반전을 일으킬 유로존 재정위험의 재점화나 달러의 급변동을 초래할 지구촌 지정학적인 요인들의 변화, 미 신용등급의 강등과 같은 이슈들은 비록 그것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이슈라 할지라도 환율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만한 촉매다. 환율변동과 관련해서, 또 이와 관련된 글로벌 자본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결론은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그래도 올해 환율은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의 흐름일 듯


첫째, 올해 주요 환율들은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 즉 당분간 환율은 일정한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벌어지는 글로벌 환율시장의 불안정성은 결국 언젠가 임계치를 벗어나 뚜렷한 방향성을 잡아 갈 터인데 그 방향성이 결정되기 직전의 지금 상황이 아마도 가장 혼돈스럽고 무질서하며 규칙이 깨진 모습으로 기록될 것이다. 결국 힘의 균형이 깨지고 각국 통화가 다른 한 통화의 급격한 가치상승 또는 하락에 영향을 받아 방향성을 잡는 시점은 다소 지연될 것이다. 달러의 위상을 대체할 통화가 당장 나타나기도 어렵거니와 각국이 각자 해보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적어도 올해를 포함해 당분간 모든 통화는 그 상하한선이 제한된 범위, 즉 일정한 울타리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절대 강자가 존재하기 어려운 환율의 춘추전국 시대이기 때문이다. 즉 유로화 가치가 상승했다가 저항선에 부딪히면 다시 밀리고 엔화 또한 마찬가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보다는 미국 이외 지역의 사정에 따라 달러가치가 춤추겠지만 당장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절대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로화는 거의 한계점에 근접하고 있다. 유로화는 지금 2010년 초 유로존 재정위기가 표면에 드러나기 이전의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곧 어떤 이유에서든 유로화는 다시 약해질 공산이 크고 유로존으로 환류되고 있는 자금들에도 일단 제동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환율은 일정범위 안에서 급하게 움직일 것


둘째는 환율변동과 자본이동이 일정 범위 내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일 것이란 점이다. 비록 일정한 밴드 안에서의 움직임이지만 그 변동성은 매우 과격하고 급하고 상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투기자본의 이동과 캐리 트레이딩, 각종 공매도와 환매수가 이들 거친 시세를 돕는 요인이다. 가령 순식간에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훌쩍 뛰어 넘고 그 다음 또 다시 순식간에 다시 90엔을 깨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 금융위기 이후 엔화의 투기적 포지션을 보면 최근 숏 포지션이 10만 계약을 넘어서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엔화가 점점 더 반대로 움직일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환율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2가지를 들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중국경기의 예상외 호조로 인해 야기되는 탈(脫) 안전자산의 가속화(위험자산의 선호 가속화) 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흘러도 계속 허약한 일본경기로 인해 초래되는 엔화가치의 재 추가하락 가능성이다. 전자는 원유를 비롯한 상품가격 상승과 달러약세 요인인데 빠르면 중국지표의 개선이 눈으로 뚜렷이 확인되기 시작하는 2~3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후자의 요인 또한 모든 환율이 급변동성을 초래할만한 이유다. 1분기까지는 급격한 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만한 요인이 없고 오히려 이를 즐기는 투기자본의 힘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마냥 용인할 국제사회가 아니다. 게다가 중국의 경기확장이 확인되면서 구리와 각종 1차금속, 비철금속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하면 달러는 약세로 돌변할 것이고 엔화의 약세행진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것이다. 그 다음에 엔화는 하반기 일본경기의 부진지속, 국제수지의 개선 한계, 재정적자 누증, 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으로 예상보다 약하게 흐를 것이다.

 

물론 앞선 이유로 인해 안전자산에서의 자본이탈과 유로화의 변동, 엔화의 약세행진, 또 그 다음에 이어질 자연스러운 강세행진의 폭은 모두 제한적일 것이다. 모든 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 정도로 일방적이고 또 절대우위에 있지는 않은 것이다. 글로벌 경제도 아직 어느 한 방향의 가격지표를 수용할 정도의 역량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령,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상품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얼마 안 가서 인플레 논쟁이 불거질 것이고 그 다음 곧 출구전략 얘기가 나올 게 분명하다. 실제 경기도 그다지 강할 이유가 없다. 뒷심이 부족한 그저 모래 성(통화팽창) 위에 쌓은 경기일 수 있다. 올해는 환율을 매개로 움직이는 투기자본이 쓸고 간 상처만이 여기 저기 남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원화환율은 완만한 가치절상의 길을 걸을 듯


셋째, 올해 외국인투자가들은 연 중반으로 갈수록 한국증시에서 다시 본격 순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 그림 2에서 보듯이 주요국 통화는 원래가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국가재정이 건전하고 국민경제 내부에 모순이 적은 순으로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학 이전에 상식이다. 단 한국은 지금 다소 예외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기축통화끼리 고래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원화는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어부지리를 누렸다. 그만큼 지금은 그 후유증을 맞이할만하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틀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원화가 그에 걸맞는 국제통화가 아니기에 안전자산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 게 한국의 수출기업에게는 오히려 축복 중에 축복이었다. 한국도 가계부채와 공기업 부채 등 내부 모순이 없는 국가는 아니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다. 환율은 누가 누가 더 잘 났나의 게임이기도 하지만 누가 누가 더 못 났나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원화환율은 주식회사 한국의 건전성과 성장성을 기반으로 완만한 가치절상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원화환율 변동의 첫 번째 계기는 중국경기 발 상품가격 강세


자, 이제 정리를 좀 해보자. 올해 원화의 변동을 가져올만한 계기로 짐작되는 것은 2가지인데 우선은 한국의 수출경기와 수출기업 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게 입증되면서 생기는 원화가치의 안정(강세) 이고 그 다음은 반대로 경기가 실망모드에 빠지면서 나타나는 글로벌 달러의 강세 케이스이다.


전자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경기 회복의 가장 큰 수혜국이며 특히 중국경기 회복에 따라 여러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중국주식 대신에 한국 수출기업을 매수하는 경우다. 무역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개선되면서 원화의 추가 강세가 이어지지만 수출물량이 늘어나 가격경쟁력 약화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시나리오다. 즉 한국 수출기업들에게 있어 환율 버퍼와 경쟁력이 잠시 드러나는 것인데 물론 이는 오래갈 현상은 아니다. 세계 교역량 증가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곧 원화강세의 폐해가 나타나면서 기업실적의 악화가 재차 분명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한국은 환율전쟁에서 유리한 포지션


후자는 예상과는 달리 올해 중반으로 다가 갈수록 실물경기가 뒷걸음질을 치는 상황에 해당된다. 이때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원화는 자연스레 약세압력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경기의 후퇴로 국제상품가격은 빠지고 달러는 강세로 갈 것이기에 원화는 자연스레 약세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한국경제는 그래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성장동력이 강하고 경기부양 능력이 있는 중국경제의 가장 큰 수혜국으로 남을 것이다. 이때 체력이 약한 유로화가 제일 먼저 약세로 빠르게 빠지고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유로존의 위험부각으로 엔화는 강세로 반전되며 이에 따라 원화는 또 어부지리, 상대적 약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세계경기가 어떤 쪽으로 가든 한국은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 원화는 단기 변동성이 클지언정 일정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글로벌 유동자본으로부터 버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국은 세계경기의 변곡점이 뚜렷해질 때, 즉 세계경기가 위로든, 아래로든 그것이 분명해질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부여 받게 되고 글로벌 유동자본의 선호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