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 이문재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 계간 「문학청춘」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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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통신기기와 정보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형태도 많이 변했다. 요즘 세상의 의사소통은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닌 문자메시지가 대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카톡의 문자질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카톡 문자대화는 장소와 때에 관계없이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통신수단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문자를 보낸 즉시 문자를 받게 되면 뇌에서 쾌락을 담당하는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고, 이와 반대로 문자를 보내고도 즉답을 받지 못하면 문자가 ‘씹혔다’면서 무시당한 느낌과 함께 이내 불쾌감을 드러낸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문자를 맨눈으로 확인하기조차 어려운데다 문자를 찍어 보내기란 더더욱 불가능에 가까운 구식 폰을 지난 8년간 아무렇지도 않게 갖고 다녔다. 게다가 배터리의 소모가 빨라 전원이 꺼져있기 일쑤였다. 그간 문자가 씹혔던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자주 인간성을 의심받고 씹혔을까. 애인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열 번도 더 차였을 것이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2년 전 바꾼게 겨우 창만 조금 넓어진 효도폰이다. 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문자가 왔는지 수시로 폰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이 시대에 참 무던히도 원시적으로 살았고 여전히 살고 있다.
문자메시지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는 점점 휴대폰 전원에 연결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루함을 문자 보내기로 달래고 마치 핑퐁 하듯 문자질에 골몰하는 젊은이들. 눈으로는 TV를 보면서 손으로는 문자를 찍어 보내는 아이도 보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용케 문자대화를 이어가는 여학생도 보았다. 이들의 중독성 문자메시지 사용은 조급한 성격과 부주의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생각을 깊이 하기도 전에 행동부터 성급히 해버리는 성향은 갖가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문자질’의 습성이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배양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하게 잘만 사용한다면 언어순발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소설가 김영하도 통신문명과 문자메시지 시대가 낳은 총아라 하겠는데, 그는 ‘자기 뇌는 손끝에 있는 것 같다’면서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려놓아야 뇌가 작동한다고 했다. 생각을 하고 타자하는 게 아니라 타자와 동시에 생각이 따라 움직인단다.
그리고 포착 시로서의 문자시도 가능하다. 이 ‘문자메시지’가 시인이 실제 동생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고스란히 옮긴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쁜 데 써도 돼’ 그 아름다운 스파크 같은 한마디가 독자들의 가슴까지 기분 좋게 뒤흔든다. 저토록 형을 무한 신뢰하고 형이 시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동생을 둔 이문재 시인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권순진
이동활의 음악정원 제4막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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