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목숨을 구한 미소

金 敬 峯 2017. 12. 21. 21:15

 




<미소> 에서 생떽쥐베리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전투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 감방에 갇힌 적이 있었다. 간수들의 경멸어린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그가 
다음날 처형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잉이었다. 

소설의 내용을 여기에 기억 나는 대로 옮겨 보겠다. 

"나는 죽으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다. 죽음에 대한 
공포때문에 고통스러워 견딜수 없었다. 나는 담배를 찾아 호주머니를 뒤졌다. 
몸 수색때 발각되지 않은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였다. 다행히 
한개피를 발견했다. 나는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 보았다. 그는 내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고 하겠는가? 나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 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 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순간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도 나는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어색함을 피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그 상황 
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 속에 우리 두 인간의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물론 나는 그가 그런것을 바라지 
않는다는걸 안다. 하지만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그는 내 담배를 불을 붙여 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연전히 미소를 지은 채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단순히 한 명의 간수가 아니라 살아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새로운 차원이 깃들여 있었다. 그가 문득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 말구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나의 가족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 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 했다. 
내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다시는 내 가족을 만날수 없게 될까봐 난 
두려웠다. 난 그것을 간수에게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 가는 걸 
지켜볼 수 없는것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 
거렸다. 
갑자기 간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더니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나를 조용히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나를 풀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 
한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다." 


- 생떽쥐베리 '미소'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감을 주는 지혜로운 이야기  (0) 2018.01.12
당신의 주머니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0) 2018.01.02
인연이라면  (0) 2017.07.17
좋은 벗  (0) 2016.10.05
나의 천당은 이런 곳입니다  (0) 201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