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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이야기

金 敬 峯 2007. 7. 16. 20:35
 * 도깨비 이야기

(오대산 월정사 단청 문양)

 

“너 나하고 씨름한판 하자. 그래서 이기면 내 널 곱게 보내주마“

“아이고 먼 씨름을요. 덩치를 보나 머로 보나 가당찮아요.”

“안 돼! 무조건 한판 해야 해. 씨름을 해서 네가 이기면 내가 네 소원을 다 이루어지게 해주마. 그러니 무조건 한판 붙자”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와 씨름을 한다는 내용이다. 김열규의 『한국인 우리들은 누구인가?』에 보면 재미있는 글이 있다. 

「도깨비는 씨름을 즐긴다.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는 시비를 거는게 아니라 씨름싸움을 건다. 그렇다고 그가 천하의 장사인 것도 아니다. 씨름꾼으로도 그는 시원찮다. 외발다리에 별로 힘센 것도 아닌 묘한 씨름꾼, 그가 도깨비다. 아니 도깨비가 지닌 여러 속성의 하나다. 구름의 모양을 한 꼴로 다 잡아 그릴 수 없듯이 도깨비를 외가닥으로 몰아쳐서는 안 된다.


어떻든 그는 맞닥뜨리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씨름을 건다. 처음에는 의당, 누구나 쩔쩔매게 한다. 기선을 제한 자가 늘 그럴 수 있듯이, 승리는 항용 그의 것인 듯 보인다. 씨름의 첫판, 첫 고비에서는 늘 그렇다. 태산처럼 버티는 씨름꾼, 위를 쳐다보면 하늘만큼 키가 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땅딸보에 불과한 녀석이라 사람들은 어디를 어떻게 잡고 어떻게 걸어 붙여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실로 나감한 씨름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사람 눈에 도깨비가 외다리라는 게 띄게 된다. 아닌 밤중에 급습을 당한 불쌍한 사람은 그제서야 반격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도깨비의 외다리를 잡고 묵은 나무를 뿌리째 넘어뜨리듯 그를 처치하게 된다. 그리고는 밧줄이나 칡넝쿨로 뜻밖의 도전자를 굵은 고목나무 기둥에다 붙들어 맨다. 그리고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얘기는 끝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도깨비 잡은 사람이 곰이라도 잡은 사냥꾼마냥 고목나무를 찾아간다. 웬일인가? 도깨비는 온데 간데가 없다. 고목나무 기둥에 동여져 있는 것은 도깨비가 아니고 피묻은 부젓가락, 절구공이, 빗자루등이다. 그제서야 사람은 자신이 간밤에 그런 너절한 연장붙이하고 한판 싸움을 치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 / 신혜원의 '깨비깨비 도깨비'에서)

 

한글 사전에 보면 도깨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명사> 이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를 가져 사람을 호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험상궂은 짓을 많이 한다는 잡된 귀신.〕이란다. 그러나 도깨비는 결코 잡된 귀신이 아니다. 도치,도까비,도채비,독각귀,망매 등으로 불리는 도깨비는 우리 옛 이야기 속에 때로는 좀 멍청한 듯 하면서도 때로는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보인다. 이러한 도깨비를 단순한 허주(虛主)라고 하기에는 우리 정서에 맞지를 않는다. 그래서 도깨비에 관한 속담도 많이 전하고 있다.


「도깨비 달밤에 춤추듯」이란 것은 멋없이 거드럭거리는 모양새를 말한다. 남들이 한판 걸판지게 춤을 추고 있는데 뻣뻣이 서서 흐느적거리는 모습은 보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도깨비 대동강 건너듯」이란 일의 진행이 눈에는 잘 안 띄나 그 결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을 비유한다. 그런가 하면 「도깨비 땅 마련하듯」이란 속담도 있다. 이것은 실속이 없이 헛된 일만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깨비를 사귀었나.」라는 말은 까닭도 모르게 재산이 부쩍부쩍 늘어 감을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에는 세상에 도깨비를 사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가 도깨비한테 홀리면 결국엔 자신을 망치게 되지만 말이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무엇보다도 이러하다. 「도깨비 살림」이란 말은 있다가도 갑자기 없어지는 불안정한 살림살이를 말한다. 그저 살림살이란 항상 계획성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도깨비 기와장 뒤지듯/도깨비 수기와장 뒤지듯」이란 쓸데없이 이것저것 분주하게 뒤지기만 함을 이르는 말이다. 꼭 무엇을 뒤진다고 하기보다는 일의 핵심을 모르고 그저 부산하게 행동함을 일컫는다.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다」라는 말은 일의 앞뒤나 내용을 몰라 무슨 영문인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도깨비에 관한 것은 별로 좋은 내용이 없다. 하지만 전설이나 야담 속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인간에게 해만 입히는 것은 아니다. 도깨비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민담이나 전설속에 많이 나타난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는 도깨비는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도깨비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실천하기도 한다.  <혹 떼러 갔다 혹 붙인 사람>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줄거리다. 도깨비의 모습도 다양해서 등불도깨비,멍석도깨비,달걀도깨비,빗자루도깨비,절구공이도깨비 등 다양하다. 흔히 오래 묵은 그런 것에 여자들의 달거리가 묻으면 도깨비가 된다고도 했다. 

 

(국보 제145호 귀면청동로(鬼面靑銅爐) )

 

삼국시대의 귀문와(鬼紋瓦)에 나타나 있는 도깨비의 모습은 머리에는 뿔이 나 있고 눈은 툭 불거져 크게 부라리며 유달리 큰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허옇게 드러나 있고 몸에는 사자나 원숭이같이 털이 나 있으며 손톱과 발톱은 길다. 빛깔은 청(靑)도깨비, 흰도깨비, 황(黃)도깨비 등이 있으며 사람 모습을 한 것도 있었다고 기록에 보인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도깨비는 보통 허리부터 윗부분은 보이지 않고 하반신만 보이며, 허리에는 종이를 발라 치마를 입었고 발은 마르고 새까만 것이 옻칠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오랫동안 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도깨비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데, 그 거처는 동굴, 오래된 우물, 흉가, 옛성터 등이며 밤에 나와 놀다가 새벽닭이 울거나 종소리가 울리면 사라진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어둡고 습한 묘소 같은 곳에 잘 나타난다고 한다.


도깨비는 다른 귀신들과는 다른 성정을 지니고 있다. 귀신은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만 도깨비들은 언제나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생활을 했다. 도깨비들은 가무를 좋아해서 밤새도록 풍악을 즐기며 춤추고 즐겼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하기에 우리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고 해학적인 면을 보여준다. 요즈음처럼 도깨비 같은 사람들과 도깨비 잔치 같은 일들이 많은 세상에 걸 판진 도깨비놀음이나 한번 해보면 어쩔까 싶다. 전국이 온통 물난리로 시끄럽다. 이럴 때 도깨비라도 있었으면 부탁이라도 해보고 싶다. 좀 편안한 나라가 되게 해 달라고..치산치수를 잘해야 성군이라고 했다는데 요즈음은 자연재해라고만 우기면 장땡이라고 한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그저 하루 빨리 마음의 평정을 찾고 생활에 안정을 찾기를 기원한다. 

 

"애들 도깨비야 방망이라도 휘둘러 금은보화나 좀 쏟아주렴"

그 금은보화로 수재를 당한 분들에게 한삼태기씩 나누어 드렸으면 좋겠다. 

 

*blog.daum.net/ilovejsd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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