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대로

평범한 발견

金 敬 峯 2008. 2. 1. 20:26
 
 

 

 평범한 발견

 

너무나도 평범한 것이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일들도 있나 봅니다. 나의 고향에는 고향집과 2Km 정도 떨어진 곳에 150M 정도 높이의 산이 있습니다. 이 산에는 자그마한 절도 있고 숲도 제법 우거져서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단골로 소풍도 가고 초파일이면 할머니 따라서도 가던 산입니다. 산위에 올라서면 서해대교도 보이고 주변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산책 겸 운동을 하기에는 적당한, 산이어서 시골집에 갈 때마다 아우들과 가던지 혼자서도 자주가곤 합니다. 항상 나는 이산에 갈 때면 절이 있는 앞 쪽으로만 올라 가다가 하루는 산의 반대쪽으로 내려가서 산의 뒤쪽으로 돌아서 두 시간쯤 걸어서 왔습니다. 산 뒤에 있는 마을 앞으로 걸어오면서 보니까 이게 웬 일입니까? 내가 늘 뒷산에 오른다고 하면서 갔던 그 산은 뒷마을의 앞산이었던 것입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녀석이 앞산에 와서 소리 지르고 간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느 흐린 날 저녁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소낙비가 쏟아질 것처럼 찌뿌드드하게 흐려있고 별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저녁 이었습니다. 비가 퍼 부을 것만 같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뒤 쪽에서 번쩍, 번쩍, 우르르 쾅 쾅 하면서 천둥 번개가 치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부지런히 집으로 향하다가 뒤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뒤에서는 여전히 천둥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빛과 소리는 천둥도 번개도 아니었습니다. 쾅! 번쩍! 번쩍! 별이 모이고 흩어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오색의 빛이 영롱하게 빛났습니다. 그것은 미 공군 비행장에서 벌어진 미국 독립 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의 폭죽이었던 것입니다.

왜 지금까지 같은 산을 뒷산이라고만 생각했는지 뒷산은 언제나 앞산이기도 했다는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지! 살면서, 다른 사람을 대하면서 내 입장만 생각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린 것은 아닌지! 다른 쪽에서도 생각해보고 천천히 되돌아보는 것이 삶의 여유를 가져다주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