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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만 제목이 필요한가요? 당신의 인생에도 멋진 제목을

金 敬 峯 2009. 4. 20. 13:52

[직장인 칼럼] 소설만 제목이 필요한가요? 당신의 인생에도 멋진 제목을
  2009년 4월 17일 / 삼성
 

내 인생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에 대한 제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기업의 사업 혹은 제품도 어떻게 제목을 정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180도 뒤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멋진 제목을 부친다면 실타래처럼 뒤엉킨 문제는 풀리고 인생은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에 멋진 제목을 달 수 있을까.


첫째. 몰입

멋진 제목을 달 수 있는 첫 번째 비법은 몰입이다. 내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모든 문제를 명료하게 정리하는 한 줄의 제목이 나온다. 이를 실천한 대표적 인물이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다. 그는 정신적 몰입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 회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했다. 수없이 벌어지는 기업의 일에 대해 ‘제목을 다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제목달기에 대해 이건희 전 회장은 ‘업의 본질'이라는 표현을 썼다. 업의 본질은 일의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둘째. 발상의 전환

제목달기의 두 번째 비법은 어떠한 현상을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나타난다. 사물도 다양한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면 사물의 다른 본질을 볼 수 있다.

성악을 전공한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성악가가 꿈이었으나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따라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데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졸업 뒤 취직도 못했다. 청년은 용돈을 벌기 위해 결혼식 축가 부르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일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는 축가를 불러주고자 했으나 친구가 축가를 고사하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묻자 친구는 “결혼식은 새로운 출발의 자리다. 어두운 얼굴로 노래 부르는 네 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억지로 노래를 부르는 자리가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출발을 알리는 장소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곰곰이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 본 청년은 자신의 노래에 제목을 달았다. ‘신랑 신부가 듣는 최초의 노래'. 그러자 누군가의 처음을 시작해 준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하고 보람된 일이란 생각이 들었고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사소해 보이는 제목 하나가 모든 걸 바꿨다.

 


셋째. 반대로 생각하기

마크 트웨인이 쓴 <톰 소여의 모험>엔 말썽쟁이 톰이 ‘담장 페인트칠'이란 벌을 받는 대목이 나온다. 담장 앞에 선 톰은 아침부터 힘없이 페인트칠을 시작한다. 지나가던 아이들은 그런 톰을 약 올린다. 그런데 잠시 후 톰이 즐겁게 휘파람까지 불며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한다. 장난꾸러기지만 낙천적인 톰이 이왕 해야 할 일 재밌게 하자고 생각을 고쳐 먹은 것이다. 이는 곧 페인트칠에 대한 개념 정의가 ‘재밌는 놀이'로 바뀐 것이다. 억지로 하던 페인트칠은 신나는 유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갑자기 왜 즐겁게 페인트칠을 하는지 묻자 톰은 말한다. “얼마나 재미있다고.” 순간 그의 바뀐 개념 정의는 아이들에게도 전파된다. 아이들은 앞 다퉈 자기들도 한번 해 보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톰은 아이들에게 벽을 칠하는 대가를 받고 순번까지 정해주며 대신 칠하게 한다. 그는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들이 갖다 준 사과와 과자를 맛있게 먹으며 페인트칠을 마무리한다.

그가 했던 행동은 단순히 말썽쟁이의 ‘잔머리'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점은 소설에 등장하는 누구도 불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이 대신 벌을 받은 게 아니라, 벌이 재밌는 놀이로 바뀐 것이다. 사물에 대한 개념 정의가 달라지면 모든 게 바뀐다. 제목이 바뀌면 지루한 인생도 행복한 놀이가 될 수 있다.


넷째. 메모의 활용

대기업 직원 K에게는 유독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심적 부담이 심해 회사도 가기 싫을 지경에 이르렀다.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해 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그는 어느 날 메모지 한 장에 갈등의 원인을 간략하게 적어봤다. 상사의 견제 심리, 얌전하지 않은 자신의 성격, 만만해 보이는 저자세 등이 원인으로 떠올랐다. 혈액형 궁합이 맞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적었다. 그리고 그 밑에 갈등으로 인해 생긴 문제점을 적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였고, 그 다음은 의욕 상실이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상사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일을 더 철저히 하게 된 점이었다.

K는 이 같은 내용의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거리를 산책하다가 문득 한 문장의 제목이 떠올랐다. ‘마라토너 신발에 낀 모래알.' 아주 사소하지만 정말 괴로운 존재가 바로 마라토너 신발에 낀 모래알이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는 코스의 오르막도, 경쟁자의 추격도 아닌 발가락에 낀 모래알이 가장 괴롭다. K는 상사의 행동을 ‘마라토너 신발에 낀 모래알'로 정의했다. 이후 그 상사의 말과 행동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고 K는 말한다. 그의 비꼬는 말과 질책이 마라토너의 모래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통스럽지만 스스로 견뎌 내야 할 ‘사소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섯째. 단점 뒤집기

단점을 뒤집었을 때 인생의 멋진 제목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잭 웰치 GE 전 회장이 GE를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라는 단순한 제목이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펼친 인물로 유명하다. 고치다가 안 되면 매각하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폐쇄했다.

더불어 그는 개혁 대상 기업 선정도 ‘1, 2등이 아닌 사업은 그만둬라'라는 간단한 제목으로 정리했다. 그의 간단한 제목은 금융, 전자, 중공업 등 우리나라 재벌보다 더 많고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GE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런 강력한 제목을 외치는 그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과 추진력이 묻어 난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그가 어릴 적 열등감으로 가득 찬 소년이었다는 점이다.

잭 웰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거기에 결정적인 신체적 결함이 있었는데, 바로 말을 더듬는 것이다. 그런데 그를 바꾼 것은 어머니의 한마디였다. “잭,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똑똑하기 때문이야. 누구의 혀도 너의 똑똑한 머리를 따라갈 순 없을 거야.” 그의 어머니가 잭 웰치의 단점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를 내린 것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잭 웰치는 이후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멋진 제목으로 인생에 날개를

지난해 봄 SK 야구단 소속 정우람 선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2008년을 시작하면서 자기 인생의 제목을 바꿨다는 말이 눈에 띄었다.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자'에서 ‘최고가 되자'로 바꾼 것이다. 한편으론 ‘그가 같은 팀 김광현 선수처럼 최고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연말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그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그가 최고가 된 것이다. 다승왕이나 삼진왕은 아니다. 하지만 중간 계투진에게 주어지는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다. 필자로서는 다시 한번 제목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올해 안에 해야 할 일, 자신의 직업, 인생…. 무엇이든 좋다. 인생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제목을 붙여 보자. 프레젠테이션에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한 줄의 강렬한 제목이 눈에 띄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에도 멋진 제목으로 날개를 달아 주자.

- 장순욱 / <내 인생에 제목달기>, <푼돈의 경제학>, <홍보도 전략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