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시 웃음을 주는 시」(시인 신달자) 2009/ 5/ 8 _아홉번째<문장에서> |
프랑스의 새로운 문화명물로 떠오른 것이 시인들의 봄 축제다. 1999년 자크 랑 전 교육부장관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매년 3월 일주일 가량 열리는 이 시 축제는 이제 프랑스 전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유명한 축제가 되었다.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 없게 프링스 전역에서 시를 볼 수 있고, 그리고 애드벌룬, 버스에 시를 적어 놓고 모두 낭송하게 한다. 프랑스는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레지스탕스들에게 작전개시를 알리는 암호로 폴 베를렌의 시를 사용할 정도로 시에 대한 애착이 크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라는 문자를 배우기 전에 이미 시 암송을 오래 숙지시키는 나라가 프랑스다. 거리에서 중년 된 사람을 불러 세우면 누구라도 열 개쯤은 쉽게 시를 암송한다. 프랑스는 밤새도록 문학작품을 읽어 주는 방송이 있다. 이번에도 국가 차원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5억 원을 후원해 주었다. 왜 그럴까 시가 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사는 힘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그것은 시를 낭송하고 시로 축제를 열어 보면 누구나 아는 맛있는 음식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낭독의 기쁨을 전국에 열어 가는 축제를 계속 열고 있다. 기대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문화부장관의 의지가 뜨겁다. 프랑스는 지난 축제 11회째 <웃음이 있는 시>로 경제위기를 겪는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 웃음 바이러스가 필요하며 그것은 반드시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엄숙하고 진지하고 골치 아픈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가 웃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시들이 있다. 그러면서 인간애가 살아나고 본능적 사랑이 꿈틀거려 아무리 냉정한 사람도 손을 내밀고 웃게 되는 시가 있다.
탑이 춤추듯 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골목을 배달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같은 스텐그릇엔 하얀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복효근의 <쟁반탑>이다. 절로 웃음이 나고 눈에선 눈물이 나는 시가 아닌가. 우리들 가난한 살림이 저 아래 주머니에서 푹 만져지는 정 깊은 시다. 실패했나요, 모든 것이 부질없나요, 이 시를 읽고 웃어 봐요. 힘이 날 겁니다.
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뎁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한데 시집이 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바다처럼 상할 마음이 없네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이다. 역시 눈에는 눈물이 입에는 웃음이 절로 나는 작품이다. 때로는 그래,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지 그래 하면서 눈물을 닦아 가며 읽는 시! 그것이 웃음을 주기도 하고 시 자체가 웃고 있는 시이기도 하다. 이 두 편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너무 많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지금 기운이 없는가, 우울한가, 사는 것이 버거운가, 바로 이런 시를 읽어봐 주시라. 그러면 손끝이 가려우면서 손바닥이 더워 올 것이다. 희망이 근질근질 살아날 것이다. 시 한 편이 기운을 잃어 가는 사람들에게 링거 한 병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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