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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속 한가운데 있는 거룩한 모임

金 敬 峯 2009. 7. 31. 06:29

교회- 세속 한가운데 있는 거룩한 모임


                                                                 하 석 록

  현대문화를 세속화된 문화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모든 신적이고 신비로운 것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모든 것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으로 간주(看做)되는 문화다. 그런 세계는 일차원의 세계이고 밀폐된 세계다. 불가사이한 것이나 초자연적인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세계에서는 신성한 것이나 그 자체로 존엄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서로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모든 것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신성이나 존엄이라는 것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것에 근거해 있을 수도 없다.

 그자체가 절대적인 가치로 나타나야 하고 우리의 무조건적인 존경과 경외(敬畏)를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하다고 했을 때, 그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는 것도 이론적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해도 그 근거는 역시 절대적인 것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자연과학의 발달로 형성된 현대인의 사고방식에는 이런 절대적인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교회는 하나의 종교적인 공동체이나, 단순히 동일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끼리 임의적으로 모인 단체는 아니다.

 교회란 말의 희랍어 에클레시아(Ekklesia)는 ‘불러냄을 받은 자들’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거룩’이란 것과 관계가 있다. 거룩하다는 것은 다른 것과 구별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으로부터 교회를 따로 세웠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교회가 거룩한 모임이란 것을 말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고린도전서 12:27)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매우 신비스러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회는 단순히 인간들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와 유기적 연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회는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이고, 성령에 의하여 그 권위와 순결이 인정된다. 물론 신비스런 권위다

 그 신비는 교회에서만 시행되는 두 가지 성례(聖禮)에 의하여 표현된다. 즉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것은 단순히 원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례라는 의식을 거쳐야 하고, 교인의 일체성은 그저 서로 의견을 같이 함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성찬이란 의식을 통하여 확인된다.

 세례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같이 동참한다는 뜻이고, 성찬(聖餐)은 그리스도께서 흘린 피를 마시고 찢겨진 살을 먹는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한 상징 이상의 신비로운 뜻과 힘을 가지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에서처럼 성찬 때 사용되는 포도주와 떡이 실제적으로 예수님의 피와 살이 된다는 화체설(化體說)은 인정하지 않으나 예수님의 피와 살의 영적인 실재를 믿는다.

 즉 단순한 상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의 모임이 교회가 되려면 반드시 세례와 성찬의 성례가 규칙에 의하여 거룩하고 엄숙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럴 때만 교회의 권위와 순결은 유지되는 것이다. 교회의 순결과 질서를 위하여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벌은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도 이들 성례가 얼마나 중요시되는가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신비로운 단체로서의 교회는 오늘날처럼 세속화된 사회에서 하나의 골동품처럼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오늘날 교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하겠다. 과학적인 것만 인정하는 폐쇄된 세계관은 현대인을 너무나 일차원적이고 사실적 인간으로 만든다.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만 사실이고 그 사실의 세계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며, 현대인은 그 주어진 것에 완전히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그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지극히 메마른 인간이 되었다. 마치 산너머도 여기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마을이 있을 것이고, 그 마을의 모든 것도 그저 여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조숙한 아이와 같이, 내일도 오늘과 조금도 다를 수 없고 아무 새로운 것도 기대하지 않는 허무주의자와 같이 현대인은 꿈을 상실하고 내일은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결혼식이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장례식이란 공연한 형식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의의, 의미, 특수를 인정하지 않는 냉소적인 인간군(人間群)이 형성되었다.

 이런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일상적이고 균등적인 속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하고 체험케 하는 곳이 교회다. 신비롭고 거룩한 공동체에 참여함으로 우리는 일상과 평이(平易)에서 정신적으로 탈출해 볼 수 있고 일차원적인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그 의의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단순히 이 세상에서의 삶을 더 풍부하게 하고 더 가치 있게 만든다. 단순히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의의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함으로 현세의 삶을 뜻있게 만드는 것이다.

 거룩한 세계를 맛보는 것은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의 도덕 질서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만약 초월의 세계, 절대의 세계가 없고 모든 도덕적 규범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란 쾌락주의에만 근거한다고 했을 때, 진정한 보편적인 윤리가 성립될 수가 없다.

 윤리적 행위는 공리주의(功利主義)가 시사(示唆)하는 것같이 앞으로 욕망을 더 크게 충족시키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욕망을 억제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합리성에 대한 회의(懷疑)가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져서 지금의 절제가 반드시 더 큰 행복을 가져올 것이란 확신은 매우 약해졌다.

 현대는 도덕적 규범에 대한 현대인의 냉소주의(冷笑主義)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오늘날처럼 도덕적 질서가 약화되어 사회질서는 비인격적인 법률에 의하여 간신히 유지되는 때에, 진정한 윤리적 규범은 인간의 욕망을 상대화할 수 있는 가치관의 확립으로만 가능하고, 그것은 욕망충족이 기본적인 논리요 가치가 되어 있는 이 세속의 세계를 상대화하는 금리(金利)에 대한 욕망을 줄이지 않고 있는 오늘날 도덕적 준법의 사회질서 확립 없이는 사회혼란은 멈출 수 없다.

 오늘날, 불행하게도 너무나 많은 교회가 세속을 초월하기는커녕 세속적인 가치에 지나치게 감염되어 안타깝다. 어떤 교회는 물질주의의 탐닉(耽溺) 되어 있고, 또 어떤 교회는 세속적 이데올로기에 매몰(埋沒) 되어 있다. 땅위의 가치들이 그 자체가 아무리 고상하더라도 그것이 교회의 가치(價値) 그대로 사용될 수는 없다. 교회의 가치는 세속적인 것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교회가 전하는 복음은 이 세상에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거룩한 것이 아니면 안 되고, 이 세상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이어서는 복음의 가치가 없다. 복음이 목적하는 바는 물론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참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요, 모든 잘못된 힘으로부터의 해방이지만, 그것이 제시하는 참다운 인간의 모습이나 그것이 제거하려고 하는 거짓 힘은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어서는 별 가치가 없다. 그 정도의 것이라면 교회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고, 교회가 거룩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제시하고 있는 사회복음이나 정치신학이 제시하는 교회의 역할은 이런 근본적인 오류(誤謬)를 범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교회의 존재의의를 약화시키는 신학의 논리들이다.

 교회가 땅위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려면 우선 교회는 세상이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러나 세상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그 메시지가 제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교회는 거룩한 그리스도의 몸이란 명예를 유지할 수 없고, 세속사회에도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즉 맛을 잃은 소금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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