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2

내 삶의 전부는 사랑이었네 / 천창우

金 敬 峯 2009. 8. 19. 21:48

        내 삶의 전부는 사랑이었네 천창우 떠나는 친구의 마지막 길 동행해주려 굽이진길 돌고돌아 별량 화장터에 들렸다네 세 자녀의 짐으로 들려 들어간 친구 담배한대 피울 시간 지난 듯한데 한 홉 흙이 되어 자네 그리 사랑한 어린 손주 품에 안겨 돌아오네 그려 쌩뚱한 아이에게 들린 바람의 무게 그것은 자네 영혼의 마지막 몫이려니 성근 보성삼베 수의마저 벗어버린 무게 바람보다 가벼운 삶을 추수하는 화장터 잠자리 날개 같이 끌려오는 오늘은 마른 뼈를 덮은 내 남루마저 벗기고 있네 추수가 끝나고 사람들 돌아간 타작마당 참새 떼 함께 북데기 날리고 낟곡 키질하여 늦도록 돌맹이 섞인 이삭 됫박 건져들고 까시래기속 배부른 눈길 건네오던 사랑은 안개처럼 뿌려지는 친구의 흔적따라 흐려지는 내 자리 검불처럼 세월에 날리네 빈 타작마당 곁에 늘 서 있던 빚진 삶 떠나 올 때처럼 바람을 타고 저 혼자 돌아가네 머물지 못해 허기진 욕망을 따라나선 길 걷보리 낟알보다 무겁지 않은 생의 기록 아까 걸어 든 길섶의 들꽃은 벌써 지워놓았네 내 삶의 전부는 바람 같은 사랑이었네
출처 : 사랑이 샘솟는 옹달샘터  |  글쓴이 : 고 운 원글보기


'시마을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책없는 봄 / 임영조  (0) 2009.09.07
태어날 때부터 내 피부는...  (0) 2009.08.31
가재미 / 문태준  (0) 2009.05.30
폭설 / 오탁번  (0) 2009.05.30
돌아가는 길 / 문정희  (0) 2009.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