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2

대책없는 봄 / 임영조

金 敬 峯 2009. 9. 7. 13:45

 

 대책없는 봄

                          임영조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에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건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낙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 없이 멋대로 발랑까진 십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이 환하더군요
몰래 꼬나문 담배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 없는 봄날입니다

출처 : 정원의 詩세상  |  글쓴이 :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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