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린스펀 FRB 의장,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 마이클 델, 스티븐 스필버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헨리 키신저, 아인슈타인,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릿저널 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들은 모두 미국의 경제, 언론, 금융, IT산업, 영화, 패션, 정치, 과학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뤄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든 주역들로서 모두 다 유태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21세기 초강대국인 미국이지만 정작 미국을 움직이는 실세는 소수민족(Minority)으로 분류되는 2%의 유태인들이다.
미국의 교육계도 유태인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에 이주한 초기 이태리인들이 마피아를 키우는 동안 미국의 유태인들은 교육가와 수많은 학자들을 배출해 왔다.
그 결과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전체 수상자의 30%를 유태인이 석권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민족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체 유태인 인구 중 20%가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미국 유명대학의 교수 20%가 유태인이다. 일류 의대교수의 25%가 유태인이고 아이비리그의 경우 교수진의 30~40%를 차지한다. 유태인하면 섹스피어 소설에 나오는 교활한 ‘베니스 상인’을 연상하던 시절은 이미 지난 듯하다.
역사가 쓰여진 이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태인은 언제나 이방인이었고 가는 곳마다 현지인들과 마찰을 불러 일으켜왔으며 그때마다 흩어져 사는 민족의 설움을 되새겨야만 했다.
하긴 그런 설움 중 상당 부분은 스스로 자초한 면도 부인할 수 없다. 외소한 체격에 내세울 것 하나 없이 나라를 잃고 흩어져 사는 주제에 걸핏하면 출현할 메시아의 세계를 실현하라는 ‘민족적 사명’을 외쳐 오면서 왕따를 자초했고 미운털을 키움으로서 비록 믿는 여호와로 부터 선택을 받았을 지언정, 인간들로 부터는 철저히 외면을 받아왔다.
오죽했으면 유태인들을 이집트에서 끌고 나온 구약의 모세와 전 세계 미움의 단초를 제공한 신약의 예수가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으로 유태인들이 의술과 법률, 그리고 재력에 집착했던 것도 현지인들의 따돌림과 서러움에서 벗어나 보려는 필살의 노력이었으리라.
국토의 절반이 불모의 사막인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이제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 넘볼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인구 500만의 이스라엘이 짧은 기간에 정치, 경제적으로 강국이 된 저변에는 현재 6백50여 만명의 유태계 미국인들이 버티고 있다.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태인의 로비 결과로 미국정부는 지금도 매년 30억 달러의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한다. 30억 달러는 미국이 지원하는 국가 원조 중 최고액이다. 그러니 미국 국민이 열심히 벌어서 이스라엘을 먹여 살린다는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유태인들은 미국서 태어나고 미국서 자랐어도 어렸을 적부터 철저하게 부모가 유태인으로 키워서 자신은 유태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유태인들은 미 정부고위층에 올라가도 조국 이스라엘에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았음에도 이스라엘을 위해서 미국정책을 수립하도록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살다보니 많은 인종들이 대놓고 떠들지는 않지만 유태인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이유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똑똑하고 돈 많은 유태인들을 은근히 시기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유태인 모두가 부자가 아니며 모두 다 똑똑한 것도 아니다.
필자의 관점으론 정작 유태인의 무서움이란 똘똘 뭉치는 단결력에 있다고 본다.
그토록 유태인들이 미국에 살면서 철저히 유태인으로 남아 단결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험난한 역사를 거쳐 오면서 고통을 주던 앗시리아도 망했고 로마도 망했고 나치제국의 멸망을 지켜보면서도 정작 돌아갈 고향과 조국이 없음을 한탄하며 단결이라는 그들만의 살아가는 노하우 생존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중심에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도시에 33개 지부를 둔 거대 조직인 미국 유태인협회(The American Jewish Committee: AJC).가 있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태인들의 복지와 안전을 보호하고 반유태 정책에 대한 최상의 방어망을 구축하고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그 외에도 미국 내 유태인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고, 능력은 있으나 돈이 없는 학생, 과학자, 기업가들을 지원하는 UJI Federation 같은 대규모 유태인 자선 모금단체들과 미국 정치권 대상 로비창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등이 미국 내에서 유태인들의 단단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 DC 한복판에 위치한 AIPAC의 경우 로비스트와 연구원 등만 200명에 달하며 연간 예산은 4천700만달러(약 450억원), 미국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원이 10만명이나 된다. 이들 회원들은 미국의 외교는 물론 정치, 경제, 언론, 학계의 지도층에 포진하고 있어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AIPAC는 이스라엘 관련 법안이 상·하원에 상정될 경우 로비스트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밀착 설득을 펼쳐 언제나 압도적인 표차로 우호적인 결과를 끌어내곤 한다.
반 이스라엘 발언이나 행동을 한 의원들은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각오해야 하고, 유태인들에게 밉보였다가는 선거판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게 미국 정가의 공공연한 상식이 되었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로비력은 미국 각료 임명에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니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스라엘의 미국 지부라고 표현한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한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에게 가장 두려웠던 존재는 공화당이나 네오콘이 아닌 미국의 유태인 사회였다는 말도 들린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던 친 이스라엘 노선은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고 애국자는 아닐 것이다. 유태인의 예에서 보듯 멀리서 대한민국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한인들의 조국 사랑과 정치적 신장에 따른 노력이 더욱 값어치 있는 애국이 될 수도 있으리라 .
미주 이민 100년사에 220만 명을 헤아리는 재미 교포들은 유태인에 비해 훨씬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의학, 음악 등 학술, 예술분야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의 대학마다 한 두 명의 한국인 교수들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각 지역별로 교포들의 위상을 높이고 정치력 신장에 힘쓰는 직능단체들이 결성되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한인들을 한 곳으로 연결하여 중심적 역활을 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유태인을 지켜보면서 조국과 더불어 한인 교포사회도 국가 이익을 위해 합법적인 로비가 가능한 미국 정치권을 향한 유태인들의 결집과 치밀하고 조직적인 로비 방식도 아울러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