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교육자료

독일학교, 1등과 꼴찌가 절친한 친구?

金 敬 峯 2009. 8. 27. 15:58

미국 교환학생이 본 독일학교

우리 큰아이 학교 13학년에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아이가 있다. 그는 얼마 전 학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년 동안 독일 학교를 다니면서 놀랐던 일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영어 과목 수준이 미국과 거의 같다는 것. 둘째, 자율학습시간에  전 반 아이들이 대부분 조용하게 자리를 지킨다는 것. 미국은 자율학습에 집중 하고 싶어도 시끄러운 아이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고 한다.

셋째, 끼리끼리 문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도 한국처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잘하는 아이들끼리, 펑크족은 펑크족끼리, 싸움꾼들은 싸움꾼들끼리, 각각 그룹이 정해져 있어서 서로의 벽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그룹의 아이와는 친구 되기가 무척 힘들다. 예를 들어 반에서 1등을 하는 아이와 꼴찌와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만 맞으면 되는 독일 아이들의 친구관계가 색다르게 보였던 것 같다.

그녀석이 본 미국과는 다른 독일학생들의 친구관계가 바로 내가 경험한 우리아이 친구들의 모습이다. 친구를 사귀는데 전제조건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부자나 가난하나, 소위 말해 날라리나, 모범생이나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부모도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이들 관계에서 부모의 입김이 작용하는 일은 당연히 많지 않다.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이 친구가 되어

내 학창시절 친구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부류였다. 적당히 공부 열심히 하고 큰 말썽 피우지 않는, 있는 듯 없는 듯 한 소박한 모범생들.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다녔던 것 같다. 우리는 그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단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더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고 순진하게 생각하며 그 환경에 의문을 가져 보지도 않았다.

가난한 아이와 부자와는 간혹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일등과 꼴지가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왜 우리는 마음을 열어 보지도 않고 서로 통하는 점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일까.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었다기보다는 사회의 통념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맞추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선 독일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더 용감하고 솔직한 것 같다. 좋으면 무조건 좋은 것이지,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독일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다니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친한 친구 그룹은 물론 있지만,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이 함께 서로를이해하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피부색과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분위기다. 그래도 간혹 문제가 있다면 십중팔구 그 아이 스스로의 성격이 잘못된 경우다. 

상대의 장단점을 모두 수용하는 자세

아이들은 친구관계에서 자신과 상대방의 장단점을 모두 수용하고 인정하는 자세다. 얼마 전 우리 아이는 3명의 같은 반 친구들과 영어세미나 준비를 위해 일주일 내내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네 녀석이 많이 가까워졌다.

넷 중에 셋은 성적이 상위권 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낙제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태마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녀석들은, 그 한 아이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지 않는 대신, 세미나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담당하게 했단다. 왜냐하면 부모가 굉장한 부자이기 때문이라나. 본인도 그 결정에 자존심 상해하지 않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보조를 맞출 수 없으니 모든 경제적인 부담을 떠맡겠노라’고 당당히 밝혔다고 한다.

한 학기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세미나지만 공부 못하는 아이가 낀 것에 대해 아무도 불만이 없다.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어찌 보면 참 합리적이고 어찌 보면 참 계산적이다. 여하튼 이 들은 이 일을 계기로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함께 밤새워 놀기도 하고 자주 붙어 다닌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열어두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도 왕따는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비뚤어지고 이기적인 사람은 따돌림을 당하는 것처럼 이들은 생일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가까운 친구도 없는 외톨이 신세인 경우가 많다.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건, 부자건, 외모가 수려하건 상관없다. 독일 사람들이 냉정할 때는 찬바람을 ‘쌩~’하고 일으키는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동정의 여지가 없이 관심을 잘라버리는 것 같다.


출처 : 독일교육 이야기  |  글쓴이 : 무터킨더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