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창의성 교육 |
‘시끄러운 교실’서 지식 생산 훈련 중시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이스라엘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을 살았다.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꼬박 이스라엘 현지 학교를 다니며 자랐다. 주변의 한국인들 가운데는 이스라엘 현지학교보다 영어로 교육하는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필자는 이스라엘 학교에서 더 배울 것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일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가운데 학교를 들락날락 하면서, 학부모 면담을 포함 여러 학교 모임에 불려 다니면서, 소풍을 비롯한 다양한 야외 수업을 따라 다녀 보면서, 아이들 친구 부모들을 사귀면서 이스라엘 교육 현장을 제법 깊이 볼 수 있었다. 자녀들 학교행사에 부모가 더 적극적 이스라엘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부모들의 모습이었다. 이것이 한국 부모들의 모습과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예루살렘의 초등학교에 학생 한 명이 전학을 왔다. 현 이스라엘 수상 네탄야후의 아들이었다(네탄야후는 그 전에도 이스라엘 수상이었고 당시에는 재무부 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아침과 오후 시간에 경호를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그 아들은 둘째 아이와 같은 학년에 다녔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유대 전통을 지키고 가르치는 학교여서 6년을 다니는 동안 한번은 ‘미쉬나(유대율법서)’를, 한번은 ‘시두르(유대기도문)’을 받게 되는 학교 연례행사가 있었다. 둘째 아이가 ‘미쉬나’를 받는 학교행사가 올해는 이것을 기록한 장소로 알려진 ‘찌포리’에서 열리게 되었다는 가정통지문을 받았다. 참석을 원하는 부모는 같이 올 수 있도록 버스를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사렛 북쪽에 위치한 찌포리는 예루살렘에서 두 시간 반이 더 걸리는 곳이다. 아침에 학교에서 떠나 다시 학교로 돌아 온 것은 캄캄한 밤이었다. 놀랍게도 하루 종일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이 이 여정을 함께 했다. 자기 아들이 참여하는 학교행사에 동참하기 위해서 하루 공식 일정을 비운 것이다(이스라엘에서 그의 직책은 보통 바쁜 자리가 아니다). 그가 자기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학교 행사를 찾은 것은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네탄야후의 이 모습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자녀들의 학교 행사에 이스라엘 부모들은 당연히 참여한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도 5월 초 중순쯤이면 모두가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노는 ‘라그 봐오메르’ 행사가 돌아온다. 보통 학급별로 한 곳에 모여서 불을 피우는데 가서 보면 참 장관이다. 불 주변에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다. 14세에 성년식…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 자녀들의 학교 행사에 그렇게 적극적인 이 부모들이 집에서는 어떠할까? 그렇게 성년식을 거치고 나면 우리나라 중1 나이의 이 아이들은 율법적으로 어른 취급을 받는다. 한 성인으로서 지켜야 할 모든 것을 지키고 책임지는 존재가 된다. 대학을 가고 가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그 개인의 문제이다(학비도 대개 자신이 책임진다). 어떤 영역의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그 자신의 선택이다. 보통 이스라엘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원하는 선택을 기꺼이 격려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부모들은 자녀들을 훈련한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대화한다. 생업과 직장에 바쁜 아버지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부모와 자녀는 많이 대화한다. 정확하게는 가정의 삶 자체가 대화 중심이다. 이 유대 가정의 대화의 핵심은 한 방향의 지시나 가르침보다는 상호 질문하는 문화이다. 유대 속담에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배우지 못하고 엄격한 사람은 가르치지 못한다.”고 한다. 배움의 핵심은 자발적인 질문에서 시작이 되는데 부끄러워하면 질문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배울 수 없고, 엄격하면 쉽게 질문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가르침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는 모든 문제를 두고 서로 서로 질문하고 답한다. 질문의 중심도 ‘어떻게(how)’가 아니라 ‘왜(why)’에 있다. 예를 든다면 어떻게 하면 1등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왜 1등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묻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이스라엘 아이들의 열린 대화의 자세는 아빠와 엄마의 대화하는 삶의 모습에서 얻어진다. 인간관계 문화가 굉장히 수평적인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사랑의 관계는 대화의 깊이로 나타난다. 대화 단절은 관계의 단절이요, 사랑의 단절로 그들에게 이해된다. 대화의 능력은 결국 지적인 능력으로 발산이 되는 것이다. 적성에 맞는 공부 찾아 그것에 집중한다 아이들 학교를 포함해서 필자가 다녀 본 이스라엘 학교들과 한국 학교들 간의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면 하나는 시설이고 또 하나는 ‘정숙함’의 차이였다. 이스라엘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교육은 모든 것을 소화해내는 ‘공부하는 기계’를 만들지 않는다. 이스라엘 학교에는 야간자습이나 보충수업이라는 것이 없다. 유대 속담은 “한 천사가 두 임무를 행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공부하고 복습하지 않는 사람은 파종하고 추수하지 않는 사람과 같다.”고 가르친다. 자신이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적성에 가장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USB 메모리나 스카이프(무료인터넷전화), 방울 토마토가 이런 창의성과 집중연구의 열매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휴대폰에도 적지 않은 이스라엘 기술들이 들어가 있다. 한국 교육이 상위 소수만이 빌게이츠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주는 반면에 이스라엘 학생들은 한명 한명이 자신도 빌게이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한국에서 4년을 근무하고 얼마 전 본국으로 돌아간 이갈 카스피 전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표현). 많이 억눌린 듯한 한국 청소년들의 얼굴이 밝은 표정의 이스라엘 청소년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출처 : 꿈나래21/ 글. 신성윤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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