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목사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저서는 우선 재미있다. 이 목사의 필력은 방대한 독서량에서 나온다. 신동연 기자 | |
2000개 ‘셀’로 이뤄진 교회
믿음의 현장에는 기적이 있고 그 중심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지구촌교회에는 기적이 있다. 개척 15년 만에 3만 성도 공동체를 이룬 교회 성장의 기적도 있지만 지구촌교회에는 무엇보다 평신도 선교사 3000명을 양성한 기적이 있다. 지구촌교회는 일종의 ‘가정교회’라고 할 수 있는 2000여 개의 셀(cell)로 구성됐다. 각 셀의 지도자는 ‘민족을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를 비전으로 삼는 지구촌교회의 핵심 제자들이다. 이런 기적의 배경에는 뛰어난 ‘훈련자’인 이동원(64) 담임목사가 있다.
이동원 목사는 ‘이 시대 대표적 복음 설교가’로 불린다. 그는 영어로도 설교를 잘한다. 윌리엄틴데일대학을 졸업하며 ‘그해의 설교자(Preacher of the Year)’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천 명의 제자·지도자를 키운 이동원 목사는 만 65세가 되는 내년 연말 은퇴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재산을 모두 교회에 헌납하고 교회에서 주는 은급비로만 생활하기로 했다.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기 위해서다. 이동원 목사는 『쉽게 풀어 쓴 로마서 이야기』 『내 영혼의 내비게이션』 『웰빙가정의 10가지 법칙』 등 수십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인세를 교회에 기부한다.
경복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동원 목사는 윌리엄틴데일대학(성서신학사), 고려대(상담심리학 석사), 사우스이스턴침례신학대학원(교육학 석사),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선교신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미국 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한 이 목사는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의 대표로 교회 갱신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목사를 21일 지구촌교회 분당 성전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지구촌교회의 신학적 바탕인 복음주의는 보수주의나 진보주의와 어떻게 다릅니까.
“보수주의의 취지는 신앙의 근본을 보수하는 것입니다. 보수주의는 기독교 정통교리인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육체적 부활, 십자가를 통한 대속, 부활, 재림 등을 그대로 믿고 수호합니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이성과 과학이 발달하자 교회에도 모든 것을 회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자유주의 신학이 발달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독교의 근본적 교리에서 멀어지는 일부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자유주의는 크리스천들이 사회나 역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복음주의는 중간 입장에서 정통교리는 그대로 믿되 사회와 역사에 마음을 열 필요성을 인식합니다.”
-복음주의는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영감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을 믿습니까.
“그렇습니다. 복음주의는 사회·역사·과학에 대해 열린 입장이지만 신학은 보수주의와 동일합니다. 실천에 대해선 자유주의와 비슷한 입장이지요. 복음주의는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자유주의와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복음주의 신학자도 있습니다.”
‘예수 믿겠다’는 건 선택이자 은혜
-문서설(文書說)은 어떤 주장입니까.
“독일의 벨하우젠(Wellhausen)이라는 신학자가 제기한 설입니다. 성경도 일반 책처럼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성경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서설은 성경을 포함해 모든 문서는 외부 환경의 영향 속에서 집필되고 편집된다고 봅니다. 문서설은 현대 자유주의 신학에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자유주의 신학의 공통점은 문서설을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복음주의는 문서설을 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보수주의는 문서설이 잘못됐다고 보고 연구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지구촌교회의 영문 이름은 ‘Global Mission Church’입니다.
“지구촌교회는 미션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미션입니다. 크게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국내외에서 전도하는 것이죠. 다른 한 가지는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가 다 중요합니다. 지구촌교회는 셀(cell)로 조직돼 있는데 각 셀은 이 두 가지 의미의 미션 중 하나는 반드시 실천합니다.”
-셀은 몇 명으로 구성됩니까.
“12명입니다. 12라는 숫자는 예수님 제자 12명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집에서 모이기 좋은 숫자이기도 합니다. 12명이 넘으면 셀을 분리합니다. 훈련을 받고 셀을 지도하는 사람을 ‘셀 리더(cell leader)’, 목자라고 합니다. 셀이 모이면 목장이 되고 목장이 모이면 마을이 됩니다.”
-지구촌교회 신도는 성경을 열심히 읽습니까.
“지구촌교회에서는 성경을 열심히 읽지 않으면 참된 교인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열린성서대학’을 개설했는데 목요일 오전의 경우 1500명씩 모입니다. 3년 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장도 주고 사각모도 씁니다. 성경을 읽지 않으면 신앙의 기초가 부실하게 됩니다. 지구촌교회에서는 단계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해 체계적인 신앙을 확립하게 합니다.”
-현대 자연과학·의학·사회과학의 성과를 크리스천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기독교 철학자인 아서 홈스는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다’라는 말을 합니다. 심리학이건 생물학이건 어떤 영역에서 발견된 진리는 모두 하나님의 진리라는 것입니다. 잡지나 신문에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진리가 있습니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특별 계시’ 외에 ‘일반 계시’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성경을 제대로 읽으면 일반 학문의 진리를 탐구하는 데에도 유용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경 안에도 과학이 있고 문학이 있으며 정치학이 있습니다.”
-구원을 받을 때 믿음과 하나님의 은혜는 어떻게 상호작용합니까.
“‘나는 이제 예수 믿겠다’는 것은 선택이자 결단입니다. 나중에 보면 내가 선택하고 결단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로 하여금 선택하고 결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믿음과 은혜라는 것은 일종의 역설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결단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하나님의 은혜이기도 합니다.”
크리스천은 하나님을 즐기는 사람
-예정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예정론은 숙명론과 다릅니다. 배에 타고 있는데 보니까 누군가 바다로 떨어졌다면 숙명론자는 ‘저 사람이 팔자가 저래서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정론자들은 ‘하나님이 나를 통해서 저 사람을 살리려고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맹목적인 숙명론은 위험합니다. 예정론은 적극적·창조적·능동적 사고가 밑바탕이 됩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는 어떤 일이 지나가 봐야 압니까. 어떤 일이 시작되기 전에도 알 수 있습니까.
“두 가지가 다 있습니다. 강력하게 마음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드시 이 길을 가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다’하는 ‘내면의 목소리(inner voice)’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미리 하나님의 뜻을 알지 않으면 그 길을 갈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교회가 좋은 교회입니까.
“교인 하나 하나가 가정·직장·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교회가 좋은 교회입니다. 지구촌교회는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직장에서 봉사하고 직장을 더 아름답게 섬기라고 강조합니다. 건강한 부부관계도 중요합니다. 상담실이 운영되고 있는데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분에게 개방돼 있습니다. 부부치유 사역, 결혼 전 신혼부부 예비학교도 있습니다.”
-앞으로 지구촌교회의 비전과 과제는 무엇입니까.
“지구촌교회는 ‘민족 치유와 세상 변화’라는 소명을 위해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건강하게 세워 가정과 직장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훈련할 것입니다. 평신도 리더십을 강화하는게 최선의 길입니다.”
-신앙생활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행복해야 합니다. 1647년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Westminster Shorter Catechism)’에서 첫 번째 질문은 ‘인간이 존재하는 주된 목적은 무엇인가’입니다.(Question. 1. What is the chief end of man?) 답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하나님을 영원히 즐거워하는 것이다’입니다. (Answer. Man’s chief end is to glorify God, and to enjoy him forever.) 크리스천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크리스천은 행복을 퍼뜨리는 행복 바이러스가 돼야 합니다.”
김환영 기자(선데이 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