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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伏)날의 비밀

金 敬 峯 2010. 1.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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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 days-개같은 날, 복(伏)날

 

서양에서 dog days는 일년중 가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를 말한다.

Dog days의 어원을 살피자면, 고대 그리스어에 헤메라이 퀴나데스(hemerai kynades)라 하여 dog days를 뜻하는 표현이 있고, 라틴어로 dies caniculares(강아지 같은 나날)가 14세기 말에 canicular days라는 영어 표현으로 바뀌었다.

 

시리우스 별과 개

 

고대 로마의 노장 플리니우스(Plinius 61?~113?)는 《박물지:Histoire Naturalis》2권 40장에서 견성(犬星 dog star)이 떠오르면 태양의 불길이 더욱 거세어지는데 이 기간동안에는 개들조차 몹시 광폭해진다고 기술하였다.

옛부터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 아침 동틀 무렵 태양이 떠오를 때 견성(犬星) 시리우스별이 같이 떠오르는 날을 전후해서 20일씩, 약 40일에 해당하는 7월 3일부터 8월 11일 사이를 Dog days라 불러왔는데, 이것은 시리우스의 별빛과 태양의 열기운이 겹쳐져 낮의 더위가 한층 더하게 되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짜증스런 무더위가 지속되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와 일치했다.

큰개별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이 바로 시리우스별이다(주1).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리우스별을 오시리스(Osiris)신의 아내인 이시스(Isis)와 동일시 했으며 dog star(천랑성天狼星) 즉, 소티스(Sothis)별이라고도 불렀고, 홍수를 예보하는 '나일강의 별'로 숭배를 받았다.

 

고대 이집트의 신년축하와 개

 

고대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3000년 이전부터 소티스별이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즉 해뜨기 바로 전에 시리우스가 떠오르는 날을 1월 1일로 하여 1년 365.24일의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집트인들은 이 날을 시점으로 새해가 열리고 나일강의 홍수가 시작된다 하여 신년축하제를 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진흙으로 작은 개의 형상을 빚어 테라코타로 구어내거나, 돌을 조각하여 친지나 이웃에게 신년축하 기념물로 선물하거나 신전과 무덤에 바쳤다. 그들이 만들어낸 강아지 인형은 나일강의 풍요와 이시스 여신의 축복을 상징했던 것이다.

새해 첫날 전야에는 강아지 형상의 테라코타 램프에 불을 밝혔으며, 새해 첫날의 새 물을 바치는 잔이나 성만찬때 향유를 담는 작은 그릇에도 소티스와 큰 개의 그림이 그려졌다.(주2)  

개에 얽힌 이러한 풍습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이집트 태양력과 함께 로마로 이어져 한여름 지중해의 열기가 dog days 이름으로 고정된 것이다.

 

복날과 보신탕

 

서양의 dog days에는 사랑스런 강아지가 등장하는데, 한국의 dog days에는 개를 잡아 보신탕으로 먹어버리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수광은 <지봉유설>에 ‘복날의 복(伏)이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상승하지 못한다’고 기술하였다. 즉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 복날이란 뜻이다.

고대 중국의 주(周)나라 때 복날에는 귀신이 횡행한다 하여 개를 잡아 죽인 다음, 개의 시체를 사대문에 매달아 액막이를 했다.

개고기 요리는 개장·개장국·구장(狗醬)·지양탕(地羊湯)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져 왔는데,

삼복더위에 개를 먹는 풍습은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자의 복(伏)은 '사람 옆에 개가 있는 형상'인데, 심지어 '복(伏)'의 어원 자체가 '사람(人)이 개(犬)를 먹는 날'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를 오행으로 풀이해서 ‘여름은 불(火)인데 게다가 더위의 절정인 복날은 경(庚)일로서 화기(火氣)가 왕성하면서도 금(金)에 해당한다. 따라서 복날은 오행상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이므로 쇠(金)를 보충하기 위해서 쇠(金)의 기운이 있는 개를 먹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한여름 삼복(三伏) 더위는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있는 세 번의 절기에 절정을 이루어,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으로 이어지는데, 초복(初伏)은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中伏)은 하지(夏至)로부터 네 번째 경일(庚日), 말복(末伏)은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庚日)로, 세 번에 걸친 이 복날에 쇠(金)를 보충하기 위해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허한 기를 보충해주는 보약으로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이유일 것이다. 더군다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개고기는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양기를 도와서 양물(陽物)을 강하게 한다’고 하였고,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수캐의 음경은 음위불기(陰위不起)를 강하게 하고 여인의 대하(자궁염)와 12질(12가지 부인병)을 없앤다’고 하였으니 남녀를 불문하고 개고기가 다른 육고기 종류와는 다른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복날 즈음이면 수없이 많은 개들이 도살되는데, 오죽하면 ‘복날 개패듯’이란 속담이 생겨났을까.

 

개고기 먹기, 한국인만의 미개한 풍습?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세계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민족과 안먹는 민족이 있음을 분류하면서 “별다른 동물이 없는 농경사회일수록 개고기를 먹는 풍속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신석기시대 앙소, 용산 유적지, 우리 나라의 김해 회현동 조개무지 등 신석기 유물에서 개의 뼈가 널리 출토되고 있어, 이 시기에 개가 가축으로 길들여진 것으로 추정되므로, 사람이 개를 잡아먹은 역사는 그만큼 오래되었을 것이다.

한자로 그릇을 의미하는 ‘기(器)’자는 4명의 입이 개 한 마리를 나눠 먹는 형상을 나타내고 있어 흥미롭다.

고구려 안악 3호분(4세기) 벽화중에 개 잡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우리 민족의 개고기 식용의 최초 근거로 추측할 수 있겠다. 고려시대에 와서는 구워서 먹는 습속이 유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우리 한국인 뿐만 아니다. 중국 북방에서 인기있는 요리 가운데 하나가 ‘향육(香肉)’이라 불리는 개고기 요리이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연변지방에도 ‘디양러우’라는 개고기 요리가 있다.

중국 광동성의 개고기 요리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며, 부위에 따라 여러 요리가 있고 그 재료로 누렁개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고대 춘추전국시대로부터 명,청대에 이르기까지 개고기 요리는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논어>에는 제사에 개고기를 쓴다는 기록이 있고, <주역>과 <예기>의 곡례 하편, 월령편에서는 종묘 제사에 개고기국을 바치고 천자가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이를 기술한 공자(孔子)도 역시 개고기를 먹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주나라와 춘추시대를 거쳐 한나라에까지 활발하였다고 한다.

동짓달에 개고기를 먹는 풍속이 한나라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한 고조 유방은 번쾌(樊噲)가 올린 보신탕을 맛보고 칭찬했다고 한다.

<한서(漢書)>에 “동짓달로부터 양기가 일어 군자의 도가 극성하므로 이 날을 경축한다”고 씌여 있다.

중국 남부 오지의 아카족은 개고기가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 개를 잡는 기술과 요리법이 잘 발달돼 있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검정 개고기를 선호하며 개 뱃속에 온갖 약초를 넣고 통째로 삶아 보약처럼 먹기도 한다.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습속은 폴리네시아의 타히티(Tahiti)인과 하와이(Hawaii)인, 뉴질랜드의 마오리(Maori)족, 인도네시아의 바타크(Batak)족, 필리핀, 북미 인디언에게서도 발견되고 있어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만 하다.

(글쓴이: 5050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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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1.큰개자리의 알파(α)별인 시리우스(Sirius. α CMa)는 표준 1등성의 약 10배 밝기로 전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시리우스라는 말은 '눈이 부시게 빛난다', '불태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동양에서는 이 별을 천랑성(天狼星, 하늘의 늑대) 이라고 불렀다.

오리온이 아르테미스를 강간하려하자 아르테미스는 땅에서 전갈을 불러내 오리온과 그의 개를 살해했는데,오리온은 하늘로 올라가 오리온 별자리가 되었고 그의 개는 시리우스별이 되었다는 신화가 있다.

시리우스의 서쪽에 있는 베타(β)별 무르짐(Murzim. 2등성)은 '예고 하는 것'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 별이 시리우스보다 조금 전에 떠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2.소티스가 큰 개와 나타나는 배경에 포도덩굴과 포도송이 장식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는 ‘신의 포도나무’(초기 기독교 곱트 교회에서는 ‘예수의 포도나무’)를 수확하는 시기와 이집트에 소티스가 나타나는 시기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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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1.    앤드루 달비 (박윤정 역) <디오니소스> 랜덤하우스중앙,2004

2.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 (용경식 역)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영림카디널, 1999

3.    김인옥 편저 <중국의 생활민속> 집문당,1996

4.    마이클 매크로 (이희재 역) <이것이 서양문명이다> 황금가지,2002

5.    이윤기 <그리스신화>

    

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5050쌍꺼풀의 블로그

 

090724    샛별

출처 : 그리움이 흐르는 하얀 강  |  글쓴이 : 샛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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