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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시간 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金 敬 峯 2011. 3. 4. 22:16

임진모 "시간 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아이유의 히트곡 '좋은 날'의 빅히트를 보면서.. 수개월째 다운로드 차트 수위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정상의 자리를 2주도 지키기도 어려운 초스피드와 단명의 시대에 보기 어려운 롱런인 것 같습니다. 요즘 흔히 들리는 '아이유가 대세'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좋은 날'의 '오빠가 좋은 걸..'이란 가사가 정말 오빠들을 홀린 걸까요, 현역 군인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만약 아이유를 비판하면 그 사람한테는 60만 대군이 처 들어간다!'는 농담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여리고 깜찍한 외모 그리고 할 말하는 자세, 말하자면 순수와 개념발언이 아이유 인기의 원동력 같지만 실상 아이유 슈퍼 스타덤은 노래솜씨가 가져다 준 승리입니다. '4초 가수'라는 말이 증명하듯 걸 그룹 멤버들의 가창력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고 있던 시점에 탁월한 음감과 표현력을 드러냈으니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결정적인 것은 '좋은 날'의 3분20초가 지나서 3단계로 고음을 올리며 쌓아 간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돌 여가수한테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 고음가창을 두고 팬들은 '3단 고음'이란 타이틀을 하사하며 아이유에게 영광과 포상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 3단 고음으로 지금까지 '50억'을 벌어들였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노래는 포기하고 오로지 춤 동작, 패션 그리고 외모와 몸매로 승부를 거는 비주얼 풍토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라고 할까요.

가창력이라면 당연히 가수가 갖춰야 할 '0순위' 조건이건만 이 기본을 버린 채 보여 주는 게 전부인 시대에 다시금 바탕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기본인 가창력으로 가요계에 새로움과 변화의 물결을 견인한 것이라 할수 있겠죠.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들어 제작자들 사이에서 ‘아이돌 그룹이라도 제대로 노래할 줄 아는 인물을 뽑자’는 쪽으로 흐름 또한 바뀌고 있답니다.

 

 

가요역사에서 새 시대를 이끈 가수들은 기존과 기성의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제시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신중현, 조용필, 김창완, 서태지를 볼까요. 신중현은 록이 되기 어려운 척박한 우리 가요계에 록의 가능성을 심었습니다. 한국 록의 대가라는 그의 별칭답게요. 그의 명곡 '미인'은 근래 광고에서 재조명되어 신세대들도 그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김창완이 이끌었던 삼형제 그룹 산울림도 마찬가지, 당대의 밴드들이 살기 위해 트로트를 하던 시절에 '아니 벌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같은 후련하고 폭발적인 록 사운드를 선사했으니 혁신과 창조가 아닐 수 없었죠.

1990년대의 기린아 서태지는 흔히 랩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망스럽게 지껄이는 랩을 아무도 우리말로 하기 어렵다던 때에 '난 알아요'하며 한국어 랩을 꾸려 냈으니 젊은 세대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했던 것이죠. 어른들은 서태지가 나오면서 가요듣기를 끊었다며 불만을 나타냈지만 젊은 세대는 너도나도 혁신과 창조라는 서태지의 코드에 빠져 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태지가 랩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그가 들이댄 수법은 기본의 숭배였다는 사실이라는 것이죠. '난 알아요'의 높은 완성도는 랩에 있는 게 아니라 실은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나는 나는 울잖아요...'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선율이 흐르는 대목이 주는 견고함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기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 이러한 자세는 다음 발표 곡 ‘하여가’에 와서 정점에 달합니다. 강한 랩이지만 한국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놀랍게도 농악의 선율악기 태평소를 끌어들인 것이죠.

1980년대의 영웅 조용필은 시대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감각에 탁월한 가창력을 얹어 나이 서른이 넘었음에도 10대들에게도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오빠부대를 만들어 냈습니다. 10대가 가요시장에 참여해 소비층의 축이 된 것은 조용필이 나타나면서였습니다. 신해철은 그를 조용필장군이라고 일컫고 사람들은 가왕으로 부릅니다.

조용필씨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조용필이 오래 가는 비결은 뭐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 번도 당대에 사랑받는 음악을 듣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젊은이들의 감각과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오래도록 AFKN을 청취해왔고 지금도 젊은 밴드의 음반을 사고 있습니다!" 지금도 조용필씨는 근래 최고의 실력파 밴드인 뮤즈나 콜드플레이를 들으며 부지런히 DVD를 보고 있을 겁니다. 조용필은 우리에게 음악가의 기본이 음악듣기에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레전드 뮤지션을 통해서 우리는 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혁신과 창조지만 그것을 끌어내는 콘텐츠는 무턱대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본을 중시한 것임을 배워야 합니다. 학생이든, 공무원이든 그리고 직장인이든 기업가는 첫 번째 덕목은 기본에 대한 끝없는 환기이며 그를 통해 혁신과 창조의 길로 내달릴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시간 날 때마다 '나에게 요구되는 것의 기본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을 지배하는 정서는 안타깝게도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불안, 취업불안, 실적불안 등이 의식을 파고들어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노심초사 결과에만 매달리는 것이죠. 대학생의 경우 4년 내내 학점의 노예로 전락하고 심지어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반에 들어가기도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영화 제목처럼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 세대'라고 할까요. 불안하면 절대로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여유가 생길 리 없습니다. 오로지 눈앞의 것만이 보일 뿐이죠.

'글로벌 삼성'을 만들어 낸 핵심어는 말할 것도 없이 창조와 혁신이겠지만, 삼성인들은 다시금 그 원동력이 기본의 중시에 있다는 것을 되새겼으면 합니다. 바로, 발전의 재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생판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얼마든지 보고 있는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신중현과 김창완이 본 록이라는 음악, 조용필이 지금도 음악을 듣는 것, 서태지가 끌어들인 사물놀이패, 아이유의 3단 고음은 따지고 보면 모조리 언제든지 있었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것들 즉, 기본이었던 것입니다.  

이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는 또한 여유와 너그러움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조직은 조직원들이 갖는, 특히 젊은 사원들이 생래적으로 보유한 것 같은 불안감을 감소시켜 가는데 최선으로 임해야 하며 사원들도 스스로 불안을 털어 내는 과감한 시도 등의 젊음의 코드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게 21세기 기업의 승부처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을 둘로 나누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음악 한 곡을 듣고 나오는 사람과 듣지 못하고 나오는 사람! 일례로 아침에 일어나 가수 바비킴의 '남자답게'를 듣고 집을 나온 사람은 똑 같이 출근해 일해도 하루가 다를겁니다. 조금의 여유라고 갖게 되고 덜 불안합니다. 당연히 그는 기본을 챙기게 되며 그 속에서 혁신과 변화의 맵을 그려 갈 것입니다.

송골매 출신 배철수의 말로 끝맺고자 합니다. 그 역시 여유와 기본의 숭배자입니다. "우리들이야 그저 음악이 좋아서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는 게 신기해서, 재미있어서 음악을 한 것뿐이에요. 어떤 주의나 이유를 갖고 한 게 아니라 단지 좋으니까 한 거죠 뭘. 남들이 당구 칠 때 우리는 기타 드럼을 치며 논 거죠. 제 삶의 기본은 여유입니다. 그걸로 송골매 음악을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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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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