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하늘에 쓰네 / 고정희(高靜熙) 1948~1991

金 敬 峯 2013. 7. 21. 10:30

            하늘에 쓰네

                                   고정희(高靜熙) 1948~1991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땃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 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이동활의 음악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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