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조각

[고전] 세상을 훔친 조선의 화가 김홍도, 신윤복

金 敬 峯 2013. 12. 13. 21:57

 

 

풍속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풍속화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풍속화가 우리나라에 처음 나타난 것은 고구려 무덤의 벽화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일반적으로 풍속화라 하면 18세기 무렵 본격적으로 유행한 그림을 말한다. 당시 풍속화는 인기가 매우 높아서 평민, 귀족뿐만 아니라 임금도 즐겨 감상하였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풍속 화가로는 김홍도와 신윤복이 있는데, 이들은 각자의 개성 넘치는 표현력으로 그림 속에 자신이 담고자 하는 세상을 보여주었다. 풍속화는 고전 미술작품으로서의 의미와 더불어 당시 사람들의 옷차림, 살아가는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하여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역사 자료이기도 하다. 단순한 그림으로서의 가치 이상으로 당시 백성들의 삶을 자신의 개성을 살려 표현하여, 세상을 따라 그린 것이 아닌 마치 세상을 그림 속으로 훔쳐와 집어넣은 듯한 조선의 두 화가. 지금부터 김홍도와 신윤복에 대해 알아보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서민 생활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김홍도


 

김홍도 단원풍속화첩 <서당>

 

김홍도는 영조시대(1745)에 중인 집안에서 태어나 순조시대(1806)까지 살았으며 단원이라는 호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풍속 화가인 그의 그림에는 높은 신분이 아닌 일반백성의 모습이 주로 등장한다. 담배를 썰거나 우물가에서 물을 마시는 사람들, 훈장에게 회초리를 맞고 훌쩍이는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그의 풍속화는 마치 우리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전해 준다. 김홍도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양의 한 양반 집에 걱정거리가 있었다. 주인마님이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잠이 들려 하면 머리맡에서 장터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였다. 도저히 잠이 들지 못하던 주인마님은 이 사실을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부인이 살림살이에 지쳐 피곤한 것이라 여기고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러한 부인의 증상은 계속되었다. 그제야 남편은 이를 보통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부인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남편은 여덟 폭짜리의 병풍을 보게 되었다. 혹시 병풍 속 그림이 문제인가 해서 남편은 하인을 시켜 병풍을 치웠는데 그 이후로 주인마님은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문제의 병풍에는 시장거리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병풍 속 그림을 그린 이가 바로 김홍도였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지만 당시 김홍도의 그림이 얼마나 높게 평가받았는지 잘 알 수 있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담배 썰기>(), <우물가>()

 

김홍도 <단원풍속도첩>은 소탈한 서민 생활을 해학과 정취를 곁들여 생생하게 묘사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주변의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 중심으로 묘사하는 것이 김홍도 그림의 특징인데, 투박하면서도 강한 필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띠고 있다. 묘사한 인물은 각자 고유의 표정을 가지고 있어 그림의 현장감을 살려준다.


김홍도 <서원에서 즐기는 모임>

 

위의 작품은 송대 이공린의 <서원아집도>를 감상한 김홍도가 그의 해석을 가미하여 새로운 구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정원 곳곳에서는 풍경을 감상하는 인물과 길상을 상징하는 소품을 배치하여, 마치 현실 속 정원이 아니라 신선의 선원과 같이 묘사하였다. 작품에는 김홍도의 스승으로 알려진 강세황의 발문이 적혀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정보와 그림에 대한 감상평을 남겼다. 중국의 이공린은 이 주제의 그림으로선 최고로 김홍도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김홍도가 오히려 더 훌륭하며 입신의 경지에 들었다는 평을 적었다. 이처럼 김홍도는 자신의 스승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자신이 관찰하고 해석한 그림을 그려 내는 데에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산뜻하고 세련된 색채의 신윤복

 

신윤복 <거문고 줄 고르는 여인>

 

혜원 신윤복은 김홍도와 더불어 조선 시대의 유명한 풍속 화가로서, 주로 기생들과 한량을 그렸다. 신윤복은 기녀와 벼슬 없이 한가롭게 지내는 한량의 모습 등 남녀 간의 감정을 그림 속에 나타냈다. 산뜻하고 세련된 색채를 사용한 그의 풍속화는 김홍도의 그림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 <거문고 줄 고르는 여인>, <미인도>가 대표적인 작품. 김홍도와는 달리 그림의 배경을 중요시했고, 특히 색감이 뛰어났다. 배경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그림에선 당시 사람들이 어떤 모양의 집에 살았는지 등을 잘 알 수 있다. 한복의 옷 주름, 얼굴의 선을 표현하는 신윤복. 김홍도의 선이 힘차고 생기 있게 보인다면 그의 선은 날렵하고 우아하게 보인다.

 

 

 

신윤복 여속도첩 <연당의 여인>(좌), <전모를 쓴 여인>(우)

 

인물의 모습은 부드러운 필치로 그린 다음 청록, 빨강, 노란색 등으로 화려하게 채색하였다. <연당의 여인>의 경우 주변 배경을 치밀하게 설정하여 주변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점이 돋보인다. 연꽃을 바라보며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세로 걸터앉아 있는 무료한 표정인 여인의 모습은 필시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친 모습이다. <전모를 쓴 여인>의 경우 가는 눈과 코, 앵두 같은 작은 입의 여인을 단아하게 표현하였다. 신윤복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신분제가 있었던 시대에 김홍도와 신윤복이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영역은 서민들의 일상, 기생과 한량들의 모습이었다. 함부로 행동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시대에서 그들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 위에 추구하는 세상을 표현했던 것은 아닐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속 세상.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그려보라는 속삭임으로도 들린다.



글: 김정한 / 사진: 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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