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시를 읽는다 / 박완서

金 敬 峯 2016. 8. 24. 23:09




꽃창포/ 노숙자 화백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시를 읽는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박완서 소설가
1931년 10월 20일 ~ 2011년 1월 22일 (향년 79세)

학력/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 중퇴  데뷔 / 1970년 소설 '나목'

수상/2011 금관문화훈장 

경력/2004 예술원 회원 

 

 


* 

 

  

바이올린:루이지 알베르토 비앙키/기타:마우리치오 프레다*

 

이동활의 음악정원 율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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