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의 삶을 꿈꾸며
-김종원 시인-
하루종일 서울역 뒷 골목에
먹다 남은 피자 조각처럼 쭈그리고 앉아
비를 맞고 있어도
구걸하고 있던 걸인은 자리를 피할망정
쓰레기통은 자리를 뜨지 않고
세상의 모든 눈물을 제 몸 속에 담는다
그는,
술에 취해 다가와
욕심을 버려 뻥 뚫린
자신의 몸통에 얼굴을 쳐박고
세상에 하소연하듯 오바이트를 하는
어떤 행인의 버리고 싶은 생을 다 받아주고
어슬렁 어슬렁 새벽 공기를 가르며
코를 박고 자신의 몸을 뒤지며
다른 생을 꿈꾸는 고양이에게도
제 몸을 다 허락해준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줄 수 있다는 것
아무도 갖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무엇이든
포근히 안아준다는 것, 나는
그것을 보며 슬프도록 부러웠던 것이다
오늘도 쓰레기통이 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된
나의 삶을 후회하며
나는,
그런 쓰레기통의 삶을 꿈꾼다
- 시집 좋은사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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