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곽재구

金 敬 峯 2011. 1. 8. 00:47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날은 올수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위에
물먹은 풀꽃 한송이
방싯 꽂아줄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포기 자라지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수있을까

미쟁이 목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사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하며

서로 삿대질을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하며
한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뜨고보는 하늘에 피어날수 있을까

 

곽재구(1954~ )‘바닥에서도 아름답게’(『사평역에서』,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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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삶들을 아름답게 형상화해 내어 새롭게 일깨워 준다.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사람이 사람을/사랑할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어쩌면 이 시대는 “사람이 사람을/사랑”하지 않는 시대일지 모른다. 진정으로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멀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현실은 살아갈 희망이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바닥에서부터 아름답게 미워하지도 시기하지도 욕심부리지도 않고 웃으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는 세상이 오지 않겠는가. 아니,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또 “너무 사랑스러워”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다. /신배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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