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도 아름답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날은 올수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위에 물먹은 풀꽃 한송이 방싯 꽂아줄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포기 자라지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수있을까
미쟁이 목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사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하며
서로 삿대질을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하며 한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뜨고보는 하늘에 피어날수 있을까
곽재구(1954~ )‘바닥에서도 아름답게’(『사평역에서』, 1999) --------------------------------------------------------- 시인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삶들을 아름답게 형상화해 내어 새롭게 일깨워 준다.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사람이 사람을/사랑할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어쩌면 이 시대는 “사람이 사람을/사랑”하지 않는 시대일지 모른다. 진정으로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멀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현실은 살아갈 희망이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바닥에서부터 아름답게 미워하지도 시기하지도 욕심부리지도 않고 웃으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는 세상이 오지 않겠는가. 아니,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또 “너무 사랑스러워”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다. /신배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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