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 Stay hungry, Stay foolish
이예지 ㅣ 2011-10-06
아이폰으로 포털에 접속하여 검색창을 확인한다. 계속해서 그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아, 그가 떠났단다.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가 CEO를 역임했던 애플사의 홈페이지엔 그의 사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사진의 파일명은 ‘hero’. 누군가는 그저 한 기업가의 타계 소식일 뿐인데 호들갑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한 개인의 이름이라기 보다 창의력, 추진력, 독창성을 한 번에 대표하는 대명사였고 ‘애플’ 이라는 기업을 대신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전 세계인들의 생활은 때로는 조금씩, 또 때로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아이폰, 맥북, 아이팟, 매킨토시,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벌레 먹은 사과가 그려진 애플 사의 상품들은 디지털 시대 삶의 방식을 바꾸었다. 공기처럼 가벼운 노트북, 손으로 밀어서 세상을 보는 애플의 언어에 사람들은 점점 익숙해졌고, 그럴수록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새로운 상품을 발표하는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의 발표는 곧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언제나 그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1955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양부모에게 입양되었고, 공부에 크게 흥미가 없는대신 기계를 좋아하는 사고뭉치로 자란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도 학비 때문에 중퇴를 했다. 또 1976년 애플을 창업해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경영분쟁 때문에 1985년엔 애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렇게 곡절을 겪은 후 1997년 12년 만에 복귀하여 2001년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출시하면서 재기에 성공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게다가 애플사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생각했고, 결국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 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성공 와중에 2004년 암선고를 받았고,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투병 중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나갔다. 그는 한 대학의 졸업 연설에서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표현했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그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하며 죽음마저도 삶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한 것은 비단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 때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 나은 하루, 더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위한 결정과 실행.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상품을 공개하며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고 맥북으로 아이튠즈를 실행시켜 앱을 다운받고, 각종 과제물과 자료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고, 아이폰으로 SNS에 접속해 애도 소식을 남겼다. 그렇게 스티브 잡스는 우리의 생활이 되어 머무를 것이다.
그가 남긴 Stay hungry, Stay foolish (계속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라는 말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세상 많은 것들의 바탕이 되어주면서.
/ 비타민 L 117호에서
* 신도 아이폰이 필요했나보다, 라고 어느 네티즌이 글을 남겼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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