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조각

추사 글씨

金 敬 峯 2017. 7. 1. 20:57

영남대 박물관

   

김정희, <단연죽로시옥>, 종이에 먹, 81×180cm, 영남대박물관

 

추사체 조형미의 진면목과 함께 조촐한 선비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강상시절에 완성한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삼묘노회

 

1107일 우중에도 불구하고 떠난 영남대박물관 답사 중

뜻하지 않게 만난 추사 김정희 글씨는 큰 감명으로 닿았는데

지난 달 충청도 홍성 답사 때 사운고택의 부엌입구에 걸린 주련이

머릿속을 헤매고 다녀 영 찜찜했었는데, (단연죽로시옥) 자료를 찾다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정희는 특히 예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완당전집우아에거 써서 보이다에서

예서는 서도의 조가이다. 만약 서도에 마음을 두고자 한다면

예서를 몰라서는 안 된다.” 라고 밝히고 있듯이

예서를 서도의 으뜸으로 삼았다.

이 예서는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살이에서 풀려난 뒤

강상(서울 용산부근)에 머물던 시절에 쓴 명작으로

글자 획의 운용에서 전서기운이 느껴진다.

글자의 구성미가 멋스럽고 획의 흐름에서 율동감이 전해진다.

 

단연죽로시옥端硯竹爐詩屋이란 유명한 단계벼루,

차 끓이는 대나무숯 화로竹爐,

시를 지을 수 있는 작은 집詩屋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만으로도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면서 살 수 있는 김정희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다음에서 참고)

 

김정희,<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 간송미술관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좋은 반찬은 두부오이생강나물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손자

 

대련 옆에는 작은 글씨로 부연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이것은 촌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말만큼 큰

황금도장을 차고, 먹는 것이 사방 한 길이나 차려지고 시중드는 사람이

수백 명 있다 해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충남 홍성의 사운고택 안채 부엌 입구 기둥에 걸린 주련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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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최고가는 반찬이란 두부나 오이와 생강과 나물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최고가는 좋은 모임이란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
 
추사 김정희 선생이 71세 때 쓴 예서체 대련입니다. 관지(款識)에 칠십일과(七十一果)란 해서 71세 때 과천에서 썼다는 표기를 했습니다. 
71세면 당시엔 아주 장수한 편인데 추사 선생은 인생의 종착점이 어디인가를 말해주는 명작이라 하겠습니다.  예서로 크게 7언시로 우리 인생의 평범한 가치를 극대화 시켜 놓고 선생의 감회를 작은 글씨로 옆에 서 놓습니다. (이 현판에 써있지 않음)
 
此爲村夫子第一樂上樂
雖腰間斗大黃金印
食前方丈侍妾數百能享有此味者畿人爲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말(斗)만한 큰 황금 도장을 차고
밥상 앞에 시중드는 여인이 수백명 있다 하더라도
능히 이런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박하고 욕심없고 꾸밈없는 순후함이 가득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글씨 또한 오래동안 연마한 연륜을 느끼게 하는 書의 졸(拙)함이 배어나옵니다.
천연스럽고도 순박하지만 그 속에 기교가 드러나는듯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옛말의 의미를 읽는듯한 경지의 글씨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40년대 경매에 출품된 이 작품을 보고
추사 선생의 명작을 모으고 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작품을 손에 넣고 싶어하셨답니다
예정가 100원이던 이 작품이 일본인 수집가가 300원으로 올리자
간송 선생은 아예 1000원으로 불러 낙찰을 보았다는 뒷이야기가 전합니다.
당시 쌀 한섬에 3원이었다니  본래 최고의 명품은 값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은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합니다.
 
과천의 주암동 과지초당 기둥에 걸린 대련 주련(柱聯)을 보고
완당평전을 참고로 이 작품의 가치를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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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팽두부과강채 (최고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

                   고회부처아녀손 (가장 좋은 모임은 부부 아들딸 손자의 모임이다.)